[천년 세월을 품은 자연의 거목, 용문사 은행나무]
양평 용문사 경내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한국의 산사 풍경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수령이 약 1,100년에 달하는 이 나무는 지금도 거대한 생명력을 뿜어내며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높이 40m가 넘는 기둥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둘레는 여러 사람이 손을 맞잡아야 감쌀 수 있을 만큼 웅장하다. 가을이면 노란빛이 나무 전체를 뒤덮어 용문사 일대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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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대한불교조계종 용문사) |
이 은행나무가 주는 인상은 단순히 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기단부에 다가서면 깊고 넓게 갈라진 줄기 사이로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마디마다 지나온 시대의 흔적이 묻어난다.
바람이 잎을 흔들 때마다 떨어지는 낙엽은 산사 특유의 고요함과 어우러져 천년 동안 이어진 시간의 무게를 더욱 실감하게 만든다. 가을이 무르익는 시기에는 나무 아래에 황금빛 융단처럼 쌓인 낙엽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레 멈춰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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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IR스튜디오 |
용문사 은행나무가 특별한 이유는 그 뒤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통일신라 말,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을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던 길에 직접 심었다는 전설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의상대사가 들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았더니 그 자리에 뿌리를 내려 자라났다는 설화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천 년을 넘긴 나무가 품은 신비로운 분위기는 이런 전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만큼 강렬하다.
이 나무가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자리를 지켜왔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조선 세종 시기에는 나무가 품고 있는 의미를 높이 평가해 당상관 품계를 하사했다고 전한다. 정미의병 항쟁 당시 일본군이 사찰을 불태우는 과정에서도 이 은행나무만은 불길을 피했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다. 나라에 큰 혼란이 있을 때마다 신비로운 울음소리를 냈다는 기록도 전해지며, 지금도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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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나무 주변에 서면 용문사 경내와 함께 펼쳐지는 풍경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이 광경을 담으려는 이들이 삼각대를 세우거나 나무 아래를 천천히 거닐며 시간을 보낸다.
초겨울이 시작되면 마지막 잎이 떨어지고, 곧이어 흰 눈이 쌓여 또 다른 계절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인상을 주기 때문에 여러 번 찾아도 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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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용문사 은행나무는 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접근이 어렵지 않다. 용문산로를 따라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사찰로 이어지고, 입구에서부터 정비된 길을 따라 걸으면 수려한 숲길과 계곡 소리가 함께 어우러진다. 사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나무의 높이가 시선을 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그 웅장함이 두 배로 느껴져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스케일을 체감하게 된다.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사찰 자체는 연중 개방되며, 하절기와 동절기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다르다. 주차장은 경차부터 대형 차량까지 수용 가능한 규모로 갖춰져 있으며 이용 요금(경차 1,500원, 소형 3,000원, 중·대형 5,000원)은 차량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사찰까지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해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가을 나들이에도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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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대한불교조계종 용문사) |
천년을 견딘 은행나무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기록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시대를 건너며 품어온 이야기는 길게 이어져 있고, 그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요한 감동이 밀려온다. 가을의 깊은 황금빛을 만나고 싶다면 이 계절에 꼭 들러야 할 장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