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찰 트레킹 코스, 고창 도솔암]
선운산 깊은 능선을 따라 자리한 이 사찰은 고요한 산중 분위기 덕분에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곳이다. 겨울이면 바람이 잦아든 숲이 적막해지고,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미약한 햇빛이 사찰 주변을 감싸며 차분한 기운을 만든다. 선운산 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약 한 시간 남짓 걸어 올라야 닿을 수 있어 쉽게 붐비지 않으며, 이 적당한 거리감이 도솔암 특유의 고즈넉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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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솔암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백권 |
도솔암은 선운사와 같은 시기에 세워졌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한 창건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오래전부터 미륵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었던 사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름에서부터 미륵의 세계를 뜻하는 ‘도솔’이 사용된 만큼, 오랜 세월 동안 기도처와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산세를 그대로 품은 전각 배치와 주변 바위지형은 도솔암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주변 풍경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도솔암의 상징으로 꼽히는 것은 서편 암벽에 새겨진 거대한 마애불좌상이다.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역 주민들에게는 ‘미륵불’이라 불린다. 대형 암벽을 그대로 활용해 조각된 이 마애불은 겨울 햇빛이 스칠 때 독특한 명암을 보여주어 방문객의 시선을 쉽게 잡아끈다. 주변 바위와 숲의 결이 함께 어우러져 신앙적 의미를 넘어 자연과 역사적 배경이 겹쳐지는 장면을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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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솔암 마애불좌상 |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사찰을 이루는 전각들은 크지 않지만 산중에 자리한 특유의 안정감을 전달한다. 대웅전은 나무기둥의 질감이 오래된 세월을 말해주고, 나한전과 도솔천내원궁은 깊은 기도를 위해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꾸준한 곳이다. 요사채 주변에 서면 선운산 능선이 부드럽게 이어져 겨울숲의 정취가 전각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눈이 내린 날에는 전각 지붕에 쌓인 하얀 설기가 대비를 이루며 평소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도솔암에 이르는 길 역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트레킹 코스다. 선운산 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선운사 경내를 통과하면 울창한 숲이 이어지고, 장사송을 지나면서 숲 사이로 바위지형이 드러난다. 길이 가파르지 않아 여유롭게 걷기 좋고, 눈 내린 겨울철에는 온통 하얀색으로 물든 배경이 고즈넉한 울림을 만든다. 걸음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목적지가 아닌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처럼 느껴지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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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운사 일주문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도솔암은 화려한 시설이나 큰 규모의 전각보다 자연에 기대어 있는 사찰의 매력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히 잘 맞는 곳이다. 마애불 앞에 서면 바위가 품은 온도와 겨울 산세의 조용함이 동시에 전해지며, 오래된 사찰만이 가진 시간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한 번 다녀가면 계절이 바뀔 때 다시 찾고 싶어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겨울 숲이 만드는 적막과 도솔암의 장면이 어우러지면, 트레킹의 끝은 사찰이 아닌 휴식이 된다.
[방문 정보]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도솔길 294 도솔암
- 이용시간: 09:00~18:00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선운산 도립공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무료다. 일반 차량은 도솔암 내부까지 진입할 수 없어 반드시 공원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 입장료: 무료
- 주요 코스: 선운산 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해 일주문과 선운사를 지나 장사송을 거쳐 도솔암에 닿는 약 3.5km 코스로, 천천히 걸으면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