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풍경을 완성하는 서울의 대표 궁궐, 창덕궁과 후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곳은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한다. 붉은 기와와 고목이 어우러진 전각 위로 눈이 내려앉으면, 산책하듯 둘러보던 궁궐이 고요한 정취를 품은 겨울 풍경으로 변한다. 역사와 자연이 조용하게 겹쳐지는 순간이 많아 여행객뿐 아니라 사진가들도 이 계절을 기다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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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 후원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재형 |
창덕궁은 조선의 왕들이 일상에서 머물던 공간이라 규모는 웅장하지 않지만, 자연 지형과 건물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배치가 특징이다. 궁궐 안을 걷다 보면 주변 산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담장 너머 숲의 윤곽까지 걸음에 맞춰 드러나는 구성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겨울에는 전각의 지붕선마다 하얀 눈이 얹히며 색감이 단정해지고, 돌계단과 담장의 결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눈비가 내린 다음날 찾으면 전각마다 미묘하게 다른 질감이 드러나 특별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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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창덕궁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곳은 후원이다. 후원은 궁궐 안에서도 깊숙한 영역에 자리한 왕들의 휴식처로,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정자와 연못이 이어진다. 눈이 내린 뒤 후원을 찾으면 네 개의 골짜기마다 겨울만의 고요가 깃든다.
부용지는 전각의 반영과 눈빛이 겹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애련지는 고목 사이로 비치는 겨울 햇빛이 더해져 계절의 분위기가 더욱 또렷해진다. 관람지는 넓게 난 길 덕분에 걷기 편하며, 옥류천에서는 흐르는 물 위로 쌓인 눈이 다른 곳과는 또 다른 섬세한 장면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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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 후원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정자들은 설경 속에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청의정은 초가의 지붕라인이 눈과 함께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농산정은 주변 숲의 색감이 겨울빛에 잠기며 차분한 인상을 준다. 취한정 부근에서는 한층 깊은 정적이 느껴져 잠시 머물며 풍경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공간을 억지로 꾸미지 않고 자연 지형에 따라 배치한 덕분에 길을 이동할 때마다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는 점이 후원 겨울 산책의 매력이다.
후원은 예약제로 운영되어 관람 인원이 제한되기 때문에 설경을 온전히 즐기기 좋은 환경이 유지된다. 입장하기 위해서는 전각 관람권과 후원 관람권을 함께 예매해야 하며, 시간대별로 운영되므로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번거로움만큼 후원에 들어서는 순간의 만족도가 크다. 소리 없는 숲, 전각 위로 내린 눈, 그리고 연못과 바람이 만드는 겨울빛이 조용히 어우러져 특별한 산책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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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 후원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접근성 역시 좋다. 3호선 안국역에서 도보로 걸어갈 수 있어 도심 속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겨울 여행지로 손꼽힌다. 전각 관람만으로도 충분히 풍경이 아름답지만, 후원을 합쳐 둘러보면 창덕궁의 진정한 매력을 깊이 느끼게 된다. 평일 오전에 방문하면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고, 눈 내린 뒤 찾으면 또 다른 계절의 고궁이 펼쳐진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만나는 고요한 설경은 시간을 잠시 멈춰놓은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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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방문 정보]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99
- 이용시간(11~1월 기준): 09:00~17:30(입장마감 16:30)
- 휴일: 매주 월요일
※ 공휴일이면 개방, 다음 첫 평일 휴관
- 입장료:
1) 전각 관람 3,000원
2) 후원 관람: 대인 5,000원 / 소인 2,500원
※ 후원 관람 시 전각 관람권 필수 구매
※ 후원은 온라인 시간제 예약 필수
- 대중교통: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도보 약 10분
※ 자차 이용 시에는 인근 유료주차장 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