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 해놨는데 무료라니요”… 절벽·노을·파도가 다 모인 바다 공원

[사계절 내내 걷기 좋은 해안 산책 명소,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바다 풍경 사이로 조금은 낯선 이름의 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만 들으면 역사 공간이나 전시 시설을 떠올리기 쉽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으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탁 트인 바다와 절벽, 그리고 그 위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다. 이곳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해안 공원이면서, 동시에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되었다. 신라 아달라왕 시절, 바닷가에 살던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으로 건너가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고, 이후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며 다시 해와 달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해와 달의 탄생을 함께 다루는 일월신화를 중심으로 한 공간은 이곳이 유일하다. 공원 곳곳에 배치된 조형물과 공간 구성은 이 설화를 설명하듯 이어지며, 산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공원의 동선은 바다와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기암절벽이 이어지고, 아래에서는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느낌보다, 원래 있던 해안 지형을 살려 길을 얹어 놓은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걷는 동안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다로 향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이곳이 특히 인상적인 순간은 해 질 무렵이다. 절벽 사이로 서서히 내려오는 해가 바다 위를 붉게 물들이고, 파도는 그 빛을 잘게 부수며 반짝인다. 노을이 짙어질수록 공원의 분위기는 낮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낮에는 시원한 해안 산책로였다면, 해가 지고 나면 조용히 풍경에 집중하게 되는 공간으로 변한다. 날이 맑은 날에는 멀리 포스코 일대의 야경까지 시야에 들어와, 바다와 도시의 불빛이 동시에 펼쳐진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공원 안쪽에는 ‘귀비고’라 불리는 전시관이 자리한다. 이곳은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애니메이션과 영상, 미디어 체험을 통해 풀어낸 공간이다. 

어렵거나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구성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바다를 보며 걷다가 잠시 실내로 들어와 이야기를 만나고, 다시 밖으로 나와 풍경을 즐기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귀비고 전시관
귀비고 전시관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공원 뒤편으로는 짧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연오랑뜰 광장과 철 예술뜰을 연결하는 약 400m 남짓한 길로, 가벼운 산책에 가깝다. 길 중간에 자리한 산마루 정자에 오르면 바다를 내려다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진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이 지점에서 바라보는 동해 풍경은 공원에서 느끼던 인상과 또 다른 깊이를 준다. 길지 않은 코스라 체력 부담 없이 다녀오기 좋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봄과 여름에는 파도와 바람이 시원하고,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며 풍경이 또렷해진다. 겨울에는 차분해진 바다와 절벽이 어우러져 고요한 분위기를 만든다. 어느 계절에 찾아도 풍경의 중심은 늘 바다에 있고, 그 바다를 가장 좋은 각도에서 만날 수 있도록 공원이 조성돼 있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주차장이 잘 마련돼 있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입장료 역시 없어, 포항 여행 중 일정에 맞춰 가볍게 들르기 좋다. 짧게는 30분 산책으로도 충분하고, 전시관과 등산로까지 함께 둘러보면 반나절 일정으로도 손색이 없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은 화려한 놀이시설이나 대규모 이벤트가 있는 곳은 아니다. 대신 이야기와 풍경, 그리고 걷는 시간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하나의 설화를 떠올리게 되는 곳이다. 포항을 찾는다면 한 번이 아니라, 계절을 바꿔 다시 찾고 싶어지는 이유가 분명한 해안 공원이다.


[방문 정보]

- 주소: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 3012

- 이용시간: 09:00~18: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주차: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입장료: 별도의 입장료 없이 무료로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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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2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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