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꼽은 사계절 절경 명소, 보문정]
이곳을 처음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풍경 하나로 모든 것이 납득된다는 느낌이다. 보문호수 안쪽에 자리한 작은 팔각 정자와 두 개의 연못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단정하면서도 깊다. 화려한 장식이나 인공적인 연출 없이도, 공간 자체가 이미 완성된 풍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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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대일 |
보문정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2년이다. 세계적인 보도채널 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대 명소’ 가운데 하나로 이곳을 선정하며 해외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자리를 찾아보면, 유명세와 상관없이 오래전부터 이곳이 지닌 풍경의 힘이 무엇이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보문정의 가장 큰 특징은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은 서로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한 번 방문한 사람일수록 다른 계절의 보문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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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문호수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라이브스튜디오 |
봄이 오면 보문정은 가장 많은 시선을 끌어당긴다. 정자 주변으로 심어진 벚나무들이 동시에 꽃을 피우며 연못 가장자리를 따라 분홍빛을 더한다.
특히 수양벚꽃이 길게 늘어져 연못 위로 내려앉는 모습은 이곳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바람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꽃잎이 물 위로 떨어지고, 그 순간 연못과 정자, 벚꽃이 하나의 화면처럼 이어진다. 이 시기에는 사진을 찍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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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경주문화관광 |
여름의 보문정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벚꽃 대신 연못을 채우는 것은 수련이다. 초록 잎 사이로 연분홍빛 꽃이 고개를 내밀고, 햇빛이 물결에 반사되며 정자의 형태가 흔들리듯 비친다.
주변의 녹음이 짙어질수록 공간은 더욱 차분해지고, 연못 위에 떠 있는 정자는 마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무더운 날에도 이 주변은 비교적 시원해,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여름의 속도가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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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
가을이 되면 색의 밀도가 달라진다. 정자 뒤편과 주변을 감싸는 나무들이 붉은빛과 노란빛으로 물들며 연못 위에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물가에 비친 단풍은 실제 풍경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또렷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수면 위 색채가 천천히 흩어진다.
이 시기의 보문정은 걷기 좋은 장소로 변한다. 빠르게 둘러보기보다는 호수 주변을 천천히 돌며 풍경의 변화를 지켜보는 시간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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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겨울의 보문정은 가장 조용하다. 눈이 내린 날에는 운이 좋아야 그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정자 지붕 위로 눈이 내려앉고, 연못은 얼어붙어 움직임을 멈춘다.
색이 사라진 계절 속에서 정자의 윤곽과 지붕 선이 더욱 분명해지며, 공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인상을 준다. 사람의 발길도 적어져, 이곳이 가진 고요함이 가장 깊게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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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이미지(윤기득) |
보문정의 또 다른 매력은 접근성이다. 입장료가 없고, 보문관광단지 내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특별한 준비 없이 산책하듯 들러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보문호수 산책길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정자만 보고 돌아서기보다는 호수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일정이 잘 어울린다.
화려한 시설이나 인위적인 연출이 없어도, 보문정은 풍경만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장면을 보여주며,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찾게 만드는 힘을 가진 곳이다. 경주에서 사계절 모두 어울리는 명소를 찾고 있다면, 보문정은 언제라도 다시 떠올리게 될 이름이다.
[방문 정보]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신평동 150-1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보문관광단지 1주차장과 농협경주교육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모두 무료다.
- 입장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