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늠비봉 코스(포석정→부흥사→늠비봉)]
신라의 천 년 역사가 흐르는 남산은 능선 곳곳에 문화유산이 흩어져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지는 산이다. ‘노천박물관’이라는 별칭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수많은 석불과 사지가 산자락 곳곳에 자리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전망을 선사하는 지점은 늠비봉 정상부다. 포석정 인근의 부엉골을 따라 약 40분 정도 오르면 이 특별한 장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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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경주문화관광 (이하 동일) |
남산에서 유일한 오층석탑이 이곳을 대표한다. 주변에 흩어져 있던 석재를 모아 복원해 세운 탑은 규모나 장식이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정상의 풍경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한다. 문화재 지정은 받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탑 자체보다 그 뒤로 펼쳐지는 광활한 전망 때문이다.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경주 시가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들녘과 산세가 이어지는 부드러운 경관이 한눈에 들어와 누구나 먼저 감탄부터 하게 된다.
특히 늠비봉이 사랑받는 시간대는 일몰이다. 해가 서쪽 능선 너머로 기울기 시작하면 오층석탑은 선명한 실루엣을 드러내고, 붉은 빛을 머금은 하늘은 정상 전체를 따뜻하게 감싼다. 이 순간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맞춰 오르는 이들이 많으며, ‘백만 불짜리 전망’이라는 별명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탐방로 난이도는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한 편이다. 부엉골 구간은 크게 가파른 오르막이 없고, 계류와 숲길이 번갈아 나타나 산행 내내 자연스럽게 리듬이 이어진다. 숨이 차오를 즈음 바람이 숲을 스치며 울리는 소리가 고요하게 흐르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더 맑아지는 느낌을 준다.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르기 좋은 코스라는 점이 이곳이 사랑받는 첫 번째 이유다.
다만 남산은 국립공원으로 탐방 시간이 정해져 있어 일몰을 보기 위해 찾을 경우 시간 조율이 필요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오후 일정은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안전을 위해 어두운 시간대의 하산을 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남산은 크게 동남산과 서남산으로 나뉘는데, 일몰 감상이라면 서남산 코스가 단연 압도적이다. 늠비봉 오층석탑은 서남산의 대표 포인트로,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빛과 시가지가 겹쳐지며 독보적인 장면을 만든다. 일출 감상 명소인 칠불암·신선암과 달리, 늠비봉은 일몰의 풍경이 순간마다 달라져 여러 번 찾아도 새로운 장면을 보여준다.
정상에 선 뒤 내려다보는 경주는 고대 유적지의 도시라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현대의 시가지와 신라의 산세가 한 화면에 들어오며 시간의 층위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느낌을 준다. 조용한 정상에서 잠시 머물러 바람 소리와 붉은 빛이 섞이는 순간을 즐기다 보면, 짧은 산행이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다.
주차는 포석정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며, 주차 요금도 부담 없는 수준이다. 산행 거리가 길지 않아 여행 일정 중 잠시 시간을 내어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코스라 경주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역사·풍경·산책 세 요소를 한 번에 만족시키는 남산 늠비봉 코스는 초보에게도,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경주 대표 힐링 트레킹 명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