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 이렇게 깊을 수 있나요”... 마음이 자연스레 차분해지는 1,400년 산사

[모악산 겨울 풍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찰, 금산사]

모악산 서쪽 품에 자리한 김제 금산사는 겨울이 찾아오면 평소보다 더 고즈넉한 표정을 띤다. 주변 산세가 단정해지고 걸음마다 바람 소리만 스칠 때, 이 사찰은 그 자체로 깊은 휴식의 공간이 된다. 눈이 내린 뒤 하얀 기운을 머금은 전각들이 드러나면, 오래된 사찰만이 가진 안정감과 시간의 축적이 한눈에 느껴진다.

금산사 설경
금산사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정효원


금산사는 백제 법왕 때인 599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며 1,40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유서 깊은 산사다. 이후 신라 혜공왕 시기 진표율사가 중창하며 대규모 미륵 신앙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후백제 견훤 역시 이곳을 새로운 불교 중심으로 삼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유재란 당시 대부분의 전각과 암자가 소실되는 큰 피해를 겪었지만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오늘의 사찰로 이어져 왔다. 그 과정에서 남겨진 건축물과 불교 예술은 한국 사찰 문화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가 되고 있다.


금산사의 중심은 국보 미륵전이다. 외관은 3층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하나의 넓은 통층 구조로 이루어진 독특한 양식을 보여주어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건축 형태로 평가된다. 내부에 자리한 거대한 미륵불은 빛과 새하얀 겨울 공기가 공존하는 공간 깊숙한 곳에서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미륵전 주변 공간은 탁 트여 있어 천천히 걸으며 사찰의 전체적인 균형을 느끼기 좋다.

금산사 미륵전
금산사 미륵전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경내에는 미륵전 외에도 대적광전, 대장전, 보제루 등 주요 전각이 여유 있게 배치되어 있어 붐비는 계절에도 비교적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전각마다 얹히는 눈의 무늬와 단청의 색감이 부드럽게 대비되어 계절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사찰의 규모가 크고 동선이 넓어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마음이 정돈되는 기분을 준다. 전각을 잇는 길도 완만해 천천히 둘러보기 좋은 구조다.


눈이 내린 금산사는 더욱 특별하다. 단청 위에 고요하게 내려앉은 눈과 맑게 올라가는 겨울 햇살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오래 기억될 만한 풍경이다. 전각 뒤편으로 펼쳐지는 모악산 능선은 잔설이 내려앉을 때 비로소 선명한 실루엣을 드러내며, 잡음 없이 깨끗한 산사의 겨울이라는 느낌을 가득 채운다. 사찰의 깊은 고요함은 계곡 하천의 잔잔한 물소리와 어우러지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을 만든다.

금산사 설경
금산사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금산사에 이르는 길은 주차 방식에 따라 느낌이 조금 달라진다. 사찰 인근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되지만 접근성이 좋고, 모악산도립공원 무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약 20분 정도 도보 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20분이 부담스럽기보다 오히려 사찰을 향해 마음을 가라앉히는 준비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눈이 조금이라도 쌓인 날이면 숲길과 돌계단, 전각 풍경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산사의 정취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김제 금산사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진 조용한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사찰 특유의 공간감에 눈이 더해지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한결 가라앉고, 오래된 시간 속에서 쉼을 얻는 경험이 이어진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산사이지만 고요함이 가장 깊어지는 겨울, 금산사는 더욱 특별해진다.

금산사 설경
금산사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지대현


[방문 정보]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15길 1

- 이용시간(동절기 기준): 06:00~18:00

- 휴일: 연중무휴

- 입장료: 무료

- 주차: 가능

  1) 금산사 주차장: 경차·장애인(경증) 3,000원 / 승용차 5,000원 / 국가유공자·장애인(중증) 무료

  2) 모악산도립공원 무료 주차장 이용 시 사찰까지 약 20분 도보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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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2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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