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가장 빛나는 강화의 힐링 공간, 전등사]
삼랑성 안쪽으로 이어진 숲길을 따라 들어서면 갑작스레 공기가 바뀌는 느낌이 찾아온다. 오래된 산성이 감싸고 있는 공간이어서인지 바람도 한층 잔잔하고, 발걸음 소리조차 깊게 스며드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강화에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찾는 이유도 이 고요함에 있다. 특히 겨울이면 전각과 성곽 위로 눈이 내려앉아 전등사만의 독특한 풍경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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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 전등사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청희 |
전등사는 국내 사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찰로 전해지며, 그 창건은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인 38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진나라 출신의 아도 화상이 창건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당시 이름은 ‘진종사’였다. 이후 고려 왕실이 삼랑성 내부에 궁궐 성격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사찰은 크게 중창되었고, 충렬왕대 왕비 정화궁주가 불경과 옥등을 시주하면서 전등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긴 세월 동안 나라의 부침과 함께한 만큼 전등사는 종교 공간을 넘어 한반도의 역사를 품은 장소로 평가된다.
전등사가 자리한 삼랑성 자체도 오래된 유적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단군이 세 아들에게 성을 쌓게 했다는 기록이 있고, 토성으로 시작된 성곽이 삼국시대 이후 석성으로 개축되며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한다. 사찰이 성곽 안쪽에 자리한 구조는 흔치 않은데, 이 독특한 배치는 전등사만의 고유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성벽과 전각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며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듯한 감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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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등사 삼랑성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
조선 광해군 시기에 큰 화재가 발생해 사찰 대부분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17세기 초 재건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다시 갖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각과 유물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남아 전등사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준다.
대웅전과 약사전은 사찰의 중심축을 이루고, 범종과 진귀한 불교 유물들이 경내 곳곳에 자리해 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정족사고가 전등사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찰의 역사적 중요성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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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 전등사 약사전 | 사진 = 국가유산청 |
전등사는 호국불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병인양요가 벌어졌던 시기, 프랑스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양헌수 장군의 공적을 기리는 승전비가 동문 인근에 세워져 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산사가 아닌, 나라를 지켜냈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사찰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들은 방문객들에게 과거의 무게를 조용히 건넨다.
겨울의 전등사는 풍경이 한층 절제되면서 그 깊이가 도드라진다. 전각마다 소복하게 쌓인 눈, 오래된 성벽을 따라 드리워지는 암색의 그림자, 그리고 차가운 공기 속에 고요히 울리는 풍경은 사찰 특유의 안정감을 더욱 크게 만든다. 방문객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발걸음 소리조차 크게 다가올 만큼 조용하고, 그 고요함이 자연스레 마음의 속도를 늦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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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 전등사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석환 |
경내 산책로는 완만해 천천히 둘러보기 좋고,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서는 겨울 숲의 향과 함께 강화도의 너른 풍경이 이어진다. 눈이 내린 직후 찾으면 전각과 성벽 위로 내려앉은 흰빛이 또렷하게 대비되어 마치 오래된 동양화 속에 들어온 듯한 정취가 느껴진다. 계절 중에서도 겨울이 전등사의 고요함을 가장 깊게 만들어주는 때다.
강화 여행에서 전등사는 빼놓기 어려운 장소다. 종교적 의미는 물론이고,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의 무게와 겨울 산사의 잔잔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고 돌아서는 길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곳, 전등사는 그런 힐링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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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등사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방문 정보]
-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 이용시간: 09:00~17:30
- 휴일: 연중무휴
- 입장료: 무료
- 주차: 대형 8,000원 / 소형 3,000원 유료 주차 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