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배롱나무, 겨울엔 눈의 사찰… 화순 만연사]
전라남도 화순군 만연산 자락에 자리한 만연사는 계절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찰이다. 여름에는 배롱나무꽃이 경내를 붉게 물들이며 화사한 풍경을 선사하지만, 겨울이 찾아오면 사찰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빨간 연등 위로 눈이 소복하게 쌓이고, 오래된 전각과 흰빛이 고요하게 겹쳐지며 한눈에 담기 어려운 차분한 아름다움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지는 계절이지만, 바로 이 겨울 풍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이때를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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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신승희 |
만연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로, 고려 희종 4년(1208년)에 만연선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건과 관련된 전설도 흥미롭다. 송광사로 돌아가던 선사가 만연산 중턱에서 잠시 잠에 들었는데, 꿈속에서 십육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다.
잠에서 깨어 보니 주변은 온통 눈이 쌓여 있었음에도 선사가 눕던 자리만 따뜻하게 녹아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이 자리를 수행처로 삼아 토굴에서 지내다가 사찰을 세운 것이 지금의 만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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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경내는 크지 않지만 천년 고찰의 깊이가 단단히 남아 있다. 대웅전, 나한전, 요사채가 단정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선정암과 성주암 같은 암자들이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조용한 산사의 정취를 더한다.
특히 고려 말기로 추정되는 향나무 삼존불은 나무결의 온기가 느껴질 만큼 세월의 자취가 고스란히 배어 있어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바라보는 유물 중 하나다. 오래된 범종도 자연스러운 녹색빛과 질감이 겹쳐지며 사찰 전체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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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
만연사가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는 이유는 계절의 변화가 또렷하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배롱나무꽃이 경내를 환하게 밝히고, 가을에는 단풍이 고요하게 물든다.
눈이 내린 겨울에는 전각, 연등, 돌계단 위로 고르게 쌓인 흰빛이 사찰 전체를 감싸며,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빨간 연등과 흰눈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다른 사찰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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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눈 덮인 경내를 천천히 걸으면 마음이 자연스레 고요해지고, 바람소리와 발걸음 소리만이 사찰에 남는다. 이때 느껴지는 정적은 단순한 설경의 아름다움을 넘어 사찰을 찾는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그래서 많은 방문객들이 “겨울에는 꼭 다시 오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화려하거나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소박함 속에서 전해지는 편안함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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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홍종만 |
[방문 정보]
- 주소: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진각로 367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가능(무료)
- 입장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