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인정한 겨울 산사, 공주 마곡사]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겨울 산자락이 조용히 내려앉는 계곡 끝에 마곡사가 자리한다.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경내는 온통 하얀빛으로 덮이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만이 공간의 여백을 채운다. 그 고요함 속에서 1,300여 년의 세월을 견뎌 온 천년 사찰은 겨울이라는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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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곡사 설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중일 |
마곡사는 신라 선덕여왕 9년(640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역사가 깊고 전해지는 이야기도 많다. ‘마곡’이라는 이름은 보철화상이 설법을 펼칠 때 모여든 신도들이 삼밭의 삼대처럼 많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그만큼 이곳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장소였다.
경내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오랜 시간 속에 자리한 전각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대웅보전과 대광보전, 영산전, 사천왕문, 해탈문 등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각 전각을 잇는 길은 겨울이면 눈으로 덮여 부드럽고 청량한 분위기를 만든다. 전각의 처마와 돌계단 위에 흰 눈이 얹힌 모습은 수묵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간결하고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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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공주시 공식 블로그(김보현) |
마곡사에는 고려 후기와 조선 시대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오층석탑과 괘불, 목패, 청동향로, 고서적 등 다양한 유물이 보존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금·은으로 베껴 쓴 필사 불경은 불교문화의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마곡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겨울의 마곡사는 화려한 장식보다 사찰이 가진 본래의 정적이 더 크게 드러난다. 관광객이 적은 계절이라 경내는 한층 더 조용하고, 걸음을 멈추면 눈이 쌓인 숲과 전각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사찰 구조와 주변 풍경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물게 된다.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속도가 느려지고, 사찰을 둘러보는 시간이 하나의 명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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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공주시 공식 블로그(김보현) |
대중교통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공주버스터미널에서 770번 또는 771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마곡사’ 정류장까지 바로 닿고, 이후 약 15~20분 도보 이동만 하면 된다. 특히 겨울에는 이 짧은 산책길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 천천히 걷는 재미가 있다.
입장료와 주차요금이 모두 무료라는 점도 부담 없이 찾기 좋은 이유다. 짧게 둘러보기에도 좋고, 마음에 여유를 두고 오래 머무르기에도 적당한 공간이다. 겨울의 마곡사는 강렬한 풍경보다 차분한 분위기와 정적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화려한 관광지를 찾는 대신, 겨울의 산사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마곡사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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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공주시 공식 블로그 |
[방문 정보]
- 주소: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가능(소형 약 100대 / 무료)
- 입장료: 무료
- 대중교통: 공주버스터미널 → 770번·771번 버스 → 마곡사 정류장 하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