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이 풍경을 본다고요?”... 노란 잎으로 물든 관풍헌

[영월 관풍헌 은행나무]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의 한가로운 골목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조용한 가을빛이 고즈넉하게 내려앉은 관풍헌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 태조 7년에 건립된 이곳은 본래 영월 객사의 동헌으로 지방의 주요 업무를 다루던 관청이었고, 왕이 머물렀던 역사적 장소로 기록되어 있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조계종 보덕사의 포교당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조선 시대 건축양식과 시대의 정취가 여전히 깃들어 있어 영월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영월 자규루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황성훈


관풍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이 앞마당의 세 그루 은행나무다. 모두 암나무로 알려진 이 은행나무들은 가을이면 잎이 짙은 노란색으로 물들어 마치 황금빛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풍경을 만든다. 

나무 아래 바닥을 가득 채운 낙엽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바람이 불면 잎이 천천히 흩날리며 가을의 절정을 완성한다. 이 고목들은 마치 오래전 기억을 간직한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관풍헌의 고요한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영월 관풍헌 은행나무
사진 = 영월군 공식 블로그


관풍헌의 뒤편에는 단종의 비운과 깊은 관련이 있는 자규루가 자리한다. 원래 이름은 ‘매죽루’였으나, 단종이 유배되어 머무르던 시절 자신의 처지를 소쩍새(자규)에 비유한 시를 읊자 사람들은 누각을 ‘자규루’라 부르기 시작했다. 

세종 10년 군수 신숙근이 처음 세운 뒤 여러 시대를 거치며 형태가 변했지만, 정조 15년에 강원도 관찰사가 원래 자리에 복원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관풍헌에서 약 50m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관풍헌은 단종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어린 나이에 왕위를 잃고 유배생활을 하던 단종이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떠올리며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진다. 

오래된 기둥에 드리운 그림자, 마당에 수북이 쌓인 은행잎,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고건축의 지붕선이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한다. 건물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소박한 형태가 오히려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깊은 고요함을 만들어낸다.

영월 관풍헌
사진 = 한국관광공사


가을의 관풍헌은 다른 계절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은행잎이 전부 노랗게 물드는 시기에는 관풍헌 전체가 따뜻한 색으로 뒤덮이며,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이 온화한 분위기를 띤다. 

은행나무 아래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빛의 조각처럼 떨어져 감성적인 장면을 만든다. 산책로 주변에는 소박한 돌담길이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걸으며 가을의 기운을 만끽하기 좋다.

이곳은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사람들에게 작은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산책하러 자주 찾는 명소로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이들로 발길이 이어진다. 

특별한 시설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오랜 역사와 자연이 조용히 공존하는 풍경 자체가 관풍헌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월 관풍헌 은행나무
사진 = 영월군 공식 블로그


입장료는 없으며, 주변에 마련된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접근 또한 편리하다. 특별한 예약 없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고, 이른 아침에는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늦가을의 깊은 정취 속에서 천 년의 시간이 고요히 머무는 관풍헌을 걸어보면, 다른 단풍 명소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잔잔한 감동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대한민국 여행지도 by 힐링휴게소]
– 2025.11.07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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