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이 스며드는 석모도의 명소, 보문사]
강화군 석모도의 낙가산 자락에 자리한 보문사는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기도 도량으로 꼽히며, 낙산사와 금산 보리암과 함께 오랜 세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져 온 성지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은 입지 덕분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기도의 길을 걷게 되고, 한 걸음마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경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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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관세음보살상 |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보문사의 역사는 천년을 훌쩍 넘는다.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재위 4년에 회정대사가 초창을 열었다는 전승이 전해지며,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관세음보살의 성지로 신앙되어 수많은 불자들의 간절한 기도와 발걸음이 이어져 온 도량이다. 특히 나한전은 ‘신통굴’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바다에서 인연처럼 건져 올린 22분의 석불이 봉안된 공간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소원을 빌며 신비로운 기운을 느낀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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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사찰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발길을 멈추는 곳은 낙가산 눈썹바위 아래 새겨진 마애관세음보살상이다. 서해를 향해 굽어보는 형태의 불상은 수려한 산세와 바다 풍광을 한 화면에 담아내듯 서 있다. 특히 해질 무렵, 붉게 물든 노을이 불상을 감쌀 때는 마치 수묵화 속 한 장면처럼 신비로운 장관이 펼쳐진다. 관세음보살이 세상을 내려다보며 자비를 베푸는 듯한 그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고요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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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사찰 경내로 오르는 길은 걷는 자체가 힐링의 시간이 된다. 울창한 숲이 드리운 그늘 아래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새의 노랫소리와 전각들의 소박한 풍경이 자연스러운 수행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이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으며,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도 불편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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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보문사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여행지로서도 매력을 갖추고 있다. 주차장이 사찰 입구 아래에 넓게 조성되어 있어 차량 이동이 편리하며,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참배와 산책이 시작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별도의 휴일 없이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소정의 입장료를 내면 누구나 경내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보문사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풍경’이다. 높은 산 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서해의 드넓은 바다는 보는 순간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파도 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바다, 그리고 천년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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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기도의 영험을 찾는 불자에게도, 일상에 지쳐 쉼을 찾는 여행객에게도 보문사는 언제나 열린 공간이다. 강화군 석모도를 찾을 계획이 있다면 바다와 산, 그리고 천년의 역사가 함께하는 이 사찰에서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