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의 시간이 깃든 거목”… 마을의 돛대,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경남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마을 입구에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거대한 나무가 서 있다. 약 800년 전 이 땅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운곡리 은행나무’다. 높이 31.2m, 둘레 9m에 달하는 거목으로, 마을의 역사와 함께 자라온 살아 있는 유산이다.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황성훈


이 나무는 독특한 수형으로도 주목받는다. 땅에서 1m쯤 올라간 줄기가 둘로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고, 5m 지점에서 다섯 갈래로 뻗어 올라가 하늘을 향한다. 마치 거대한 손이 하늘을 떠받치는 듯한 모습으로, 세월의 무게와 생명의 강인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나무 앞에 서면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지며, 그 아래에서는 누구나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은행나무는 마을이 생길 무렵 함께 심어졌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수호목으로 모시며 안녕과 풍년을 기원해왔다. 누군가 나무 앞에서 예를 갖추지 않으면 액운이 따른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며, 주민들은 지금도 매년 제를 지내며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황성훈


풍수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운곡리 마을은 배의 형태를 하고 있고, 이 은행나무가 돛대의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나무가 곧 마을의 기운을 지탱하는 상징이라 믿으며 늘 정성으로 가꿔왔다.

1999년 4월 6일, 운곡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었다. 그 후로는 문화재적 가치뿐 아니라 생물학적 보존 가치까지 인정받아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황성훈


가을이 되면 나무는 황금빛으로 물들며 또 하나의 장관을 만들어낸다. 잎이 모두 피어날 때면 가지마다 금빛 잎이 빽빽이 들어차고, 햇살이 비치면 나무 전체가 빛나는 듯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행잎이 흩날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자연이 만든 예술이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으로, 겨울에는 굳건한 줄기로 사계절 각기 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황성훈


800년 세월 동안 마을의 삶을 지켜온 운곡리 은행나무는 사람들의 신앙과 기억이 깃든 마을의 상징이다. 지금도 여전히 마을의 돛대처럼 당당히 서서, 바람과 햇살을 품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치: 경상남도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779

- 절정 예상 시기: 11월 초순

- 입장료: 없음

- 지정일: 1999년 4월 6일 (천연기념물 제3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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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03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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