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품에 숨겨진 가을 여행지, 하동 삼성궁]
경남 하동군 청암면 깊은 산속, 지리산의 남쪽 능선을 따라 들어서면 신비로운 돌의 성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와 바위, 그리고 수백 개의 돌탑이 조화를 이루는 곳, 바로 ‘삼성궁’이다. 가을이 되면 산 전체가 붉은 단풍으로 물들며, 돌로 쌓아 올린 탑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마치 현실과 전설의 경계에 선 듯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이곳은 매년 가을이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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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고성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여진모 |
삼성궁의 정식 명칭은 ‘배달성전삼성궁’이다. 1983년 강민주 선생이 고조선의 제천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조성한 민족 성전으로, 환인·환웅·단군을 모시고 있다. 수련의 공간이자 정신문화의 상징으로 지어진 이곳에는 신선도를 수행하는 수자들이 직접 돌을 쌓아 만든 1,500여 개의 탑이 있다. 이 돌탑들은 ‘원력 솟대’라 불리며, 각각의 탑에는 인간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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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궁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신민선 |
입구에서 삼성궁으로 오르는 길은 약 30분 정도 걸린다. 완만한 경사와 흙길이 이어져 있어 등산화만 신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 지점에서 ‘마고성’을 만난다. 바위와 돌탑이 어우러진 이곳은 사진 명소로 여행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장소다. 이 지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돌탑들이 줄지어 서 있는 삼성궁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수백 개의 돌탑이 층층이 쌓인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자아내며, 가을 햇살이 비칠 때마다 그 사이사이로 빛이 반사되어 환상적인 장면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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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고성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신민선 |
가을의 삼성궁은 특히 단풍과의 조화가 일품이다. 붉은 잎이 탑 위로 떨어지고, 노란 은행잎이 돌 사이를 메우며 계절의 정취를 더한다. 오후 늦게 방문하면 서쪽으로 떨어지는 햇살이 돌탑을 비추며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사진가들에게는 이 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고요한 산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잎 소리와 새소리만이 들려오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적이 흐른다.
삼성궁의 매력은 경관에만 있지 않다. 돌 하나하나에 쌓인 정성과 염원은 인간의 믿음과 예술이 공존하는 형태로 남아 있다. 높게 솟은 탑들은 세월을 견디며 인간의 의지를 상징하고, 신화적 세계관을 현실 속에 구현해 놓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방문객들은 이곳을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공간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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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궁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허칠구 |
삼성궁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1~2시간 정도가 걸린다.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 쉬어가며 감상하기 좋고,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사이에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가을철 주말에는 다소 붐비므로 오전 방문을 추천한다.
삼성궁의 입장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로, 마지막 입장은 오후 4시 40분이다. 입장료는 일반 8,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이며, 경로·장애인·유공자는 5,000원이다. 연중무휴로 운영되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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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궁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신민선 |
돌로 쌓은 인간의 염원과 자연이 빚은 계절의 빛깔이 한데 어우러지는 하동 삼성궁. 이곳은 단풍 명소로 이름을 알리기보다, 마음이 머무는 공간으로 기억될 만한 곳이다. 지리산 품속에서 시간을 잊게 만드는 그 고요한 아름다움이, 여행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