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만나는 가을 억새 산책길, 수원 화성]
가을이 깊어지기 시작하면 수원 화성 서쪽 능선은 은빛 억새로 물들기 시작한다. 많은 이들이 성곽의 역사적 가치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상징성만 떠올리지만, 이 계절에는 억새가 더해져 새로운 산책 목적지가 된다. 특히 화서공원 주변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가을 빛을 머금은 억새가 바람을 타고 흔들리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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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서공원 서북각루 억새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오도연 |
수원 화성은 조선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고자 건설한 성곽이다. 당시의 건축 기술과 새로운 사상을 반영해 완성된 구조물로 5km가 넘는 성곽 전 구간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벽 하나하나에 깃든 역사와 더불어 계절이 바뀌는 순간의 자연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산책의 시작점으로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곳은 화서문이다. 견고한 성문을 지나 발걸음을 옮기면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수원 시내가 넓게 펼쳐진다. 조금만 더 올라서면 서북각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감시와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각루는 성곽 네 모서리에 각각 자리하는데, 이곳은 특히 전망이 좋아 방문객이 많다. 신발을 벗고 내부로 들어가 조용히 둘러보면 건축 구조와 시대적 흔적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 아이들과 찾기에도 좋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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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라이브스튜디오 |
산책길 왼편으로 억새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화서공원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성벽 아래 펼쳐진 억새 군락지는 가을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한쪽에는 성곽이 이어지고 다른 쪽에는 수원 시내가 펼쳐져 있어 자연과 도시가 교차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억새 사이로 난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성곽의 곡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이 구간은 많은 이들이 사진을 남기는 대표적인 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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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서공원 | 사진 = 한국관광공사 |
성곽길 자체도 트레킹 코스로서 인기가 높다. 약 5.1km 길이의 성곽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두 시간이 걸린다. 화서문에서 출발해 서포루를 지나 서장대로 이어지는 길은 성곽 위를 따라 완만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이어진다.
서장대에 도착하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넓게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정조가 군사훈련을 지켜보던 곳이었던 만큼 주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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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라이브스튜디오 |
걷는 동안 가장 인상적인 점은 성곽 너머로 스며드는 계절의 변화다. 억새가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소리는 도심의 소음과 대비되어 더욱 청량하게 들리고, 곳곳에서 물들기 시작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억새와 어우러져 가을 풍경을 완성한다. 성곽 주변에 조성된 데크길과 쉼터는 잠시 걸음을 멈추기 좋은 곳으로, 차분한 가을 공기를 한층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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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라이브스튜디오 |
수원 화성은 접근성도 좋아 가볍게 산책을 즐기려는 이들에게도 제격이다. 도심 속에서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만날 수 있어 시간을 넉넉히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만족도가 높다.
한 바퀴 완주하지 않아도 중간중간 위치한 문이나 포루를 기준으로 짧게 둘러볼 수 있어 자유도가 높고,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어 특별한 일정 계획 없이 찾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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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라이브스튜디오 |
가을의 절정기에 화서공원과 성곽길을 더하면 도심 안에서도 충분히 계절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은빛 억새가 일렁이는 길 위에서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천천히 느려지고, 바람과 햇살, 성벽의 질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이곳을 가을 산책 명소로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여유와 분위기 때문이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성곽길을 따라 자유롭게 걸을 수 있으며, 화성 일대에 마련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접근이 편리하다. 날씨가 좋을수록 억새의 빛이 더 선명해지므로 맑은 날을 골라 방문하면 더욱 풍성한 산책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