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으며 가을 숲을 만나는 길, 원주 상원사]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신림면, 치악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상원사는 산 속의 고요함을 간직한 사찰이다. 해발 1,100m에 위치해 있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사찰까지의 거리는 약 2.7km, 천천히 걸으면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길을 따라 계곡물이 흐르고 숲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 걷는 동안 자연의 소리와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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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상원사 |
이 계절의 상원사는 단풍으로 물든 풍경이 압도적이다. 붉은 잎과 노란 잎이 서로 어우러져 숲 전체를 감싸고,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며 산길 곳곳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며, 잔잔한 물결 위로 단풍이 부유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등산 초보자들도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걷기에 알맞은 코스로,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가을 산책길이다.
상원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처음 세웠다는 설과, 경순왕의 왕사였던 무착스님이 지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고려 말에는 나옹스님이 다시 중건했으며, 이후 전란과 화재로 여러 차례 소실되었다가 1968년 복원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1988년에는 지금의 위치로 중창되어 옛 형태를 최대한 간직한 채 새롭게 정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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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
사찰의 전각들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대웅전, 심우당, 범종각, 산신각이 각각의 지형에 맞게 들어서 있어 인공적인 느낌보다 산속에 녹아든 듯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대웅전 앞마당에 서면 치악산 남대봉의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너머로 가을 햇살에 물든 숲이 끝없이 이어진다. 고즈넉한 공기 속에서 절집의 종소리가 멀리 퍼질 때,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산사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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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사자승) |
상원사로 향하는 길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가을이 가장 특별하다. 이 시기에는 나무들이 서로 다른 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산 전체가 따뜻한 색으로 물든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잎사귀가 햇살에 반짝이며, 산책로를 따라 걷는 내내 자연이 만들어낸 색채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길 중간중간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가며 풍경을 바라보기 좋고,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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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사자승) |
상원사 주변에는 탐방지원센터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이 쉽다. 차량은 성남탐방지원센터나 상원사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고, 등산화와 가벼운 외투만 준비하면 누구나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다.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변하는 산길은 언제 찾아도 새로움을 선사하지만, 특히 가을의 상원사는 단풍과 고요함이 어우러져 여행객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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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산을 지켜온 사찰과 그 앞을 흐르는 계곡, 그리고 숲을 따라 이어지는 길.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상원사는 오늘도 걷는 이들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천천히 오르는 길 끝에서 마주하는 고요한 풍경은, 가을 산행의 참된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