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장 빛나는 순간"… 분홍빛 꽃물결로 물드는 강변 풍경

[강변의 고즈넉한 풍경, 월연정]

경상남도 밀양시 용평동에 자리한 월연정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정자로, 여름철이면 배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월연터널을 지나 강변 산책로로 들어서면 울창한 참나무 숲과 대숲 사이로 고개를 내민 배롱나무들이 먼저 반겨주며 방문객의 걸음을 이끈다. 월연정이라는 이름은 사실상 쌍경당과 월연대 두 건물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이며, 이 정자의 전체 풍경을 대표한다.

밀양 배롱나무 명소
사진 = 밀양시 공식 블로그(김희현)


정자까지 가는 길은 길지 않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터널 입구에는 몇 대의 차량이 머물 수 있는 작은 무료 주차장이 있고, 그곳에서부터 약 70m의 산책로가 강을 따라 이어진다. 길지 않은 거리지만 나무 그늘 아래를 걷는 동안 계절의 향기와 강바람이 어우러져 명상 같은 시간을 만들어준다. 걷는 이들은 짧은 길 위에서 오히려 마음의 여유와 고요함을 느끼게 된다.

용평터널(월연터널)
용평터널(월연터널) | 사진 = 밀양시 공식 블로그(고은주)


산책로 끝에 다다르면 월연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누각에 오르면 강을 따라 늘어선 배롱나무 군락이 눈에 들어오는데, 돌담과 다리, 처마와 마당 구석마다 붉고 분홍빛 꽃이 가득 피어 조선시대 선비들이 노닐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월연대’라는 현판의 의미처럼 달빛이 연못에 비치는 장면을 바라보는 듯한 고즈넉함이 정자와 자연을 하나로 잇는다.

밀양 월연대
월연대 | 사진 = 밀양시 공식 블로그(박은희)

월연대에서 바라본 배롱나무
월연대에서 바라본 배롱나무 | 사진 = 밀양시 공식 블로그(박은희)


임진왜란 시기에 파괴되었다가 다시 세워진 쌍경당은 지금도 월연정의 핵심 건물로, 마당과 함께 정자의 위상을 보여준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마당 너머로 다시 배롱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꽃의 개화 기간이 길어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 화사한 빛을 유지하는데, 선비들의 뜰을 대표하는 나무로 배롱나무가 심어진 이유를 직접 보여주는 듯하다.

밀양 월연정 쌍경당
쌍경당 | 사진 = 밀양시 공식 블로그(김희현)


월연정은 단순히 아름다운 꽃 명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강변의 고요한 풍경과 전통 건축이 어우러져 한국적 미감을 전하며, 역사의 흔적이 녹아 있는 공간으로서 문화유산적 가치도 크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방문객은 산책 이상의 경험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이곳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별도의 입장료가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기에 여름뿐 아니라 사계절 언제 찾아도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밀양 월연정
사진 = 밀양시 공식 블로그(박은희)


여름날, 강변에 드리운 분홍빛 꽃물결을 따라 걷다 보면 선비들의 고즈넉한 일상을 떠올리게 된다. 강물과 꽃, 정자가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며, 밀양의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장면이 된다.

[대한민국 여행지도 by 힐링휴게소]
– 2025.07.27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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