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의 성곽 유적지]
경상남도 고성군 하일면의 해안가 언덕 위에는 조선 전기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소을비포진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현재 성벽만 남아 있지만, 당시 군사 요충지였음을 보여주는 기록과 지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성곽에 올라서면 푸른 잔디가 깔린 너른 평지와 남해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방어 거점이자 경관 명소로서의 특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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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고성군청 관광진흥과) |
소을비포진성은 바닷가로 돌출된 낮은 구릉 위에 타원형으로 쌓아 올려졌으며, 전면은 남해를 향하고 있다. 성곽이 바라보는 바다는 사량도를 마주하고 있으며, 이 해역은 파도가 잔잔하고 태풍 때도 비교적 안전한 덕에 과거에는 군선이 정박하던 곳이었다. 지금도 어선들이 기상이 좋지 않을 때 이곳으로 피항하곤 한다. 『난중일기』와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지역에 군진을 설치한 기록이 남아 있고, 임진왜란 당시 고성현 관아가 자란도와 가룡포로 옮겨졌을 만큼 전략적 가치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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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고성군청 관광진흥과) |
성지에 오르려면 돌계단과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언덕을 올라야 한다. 길을 오르는 동안 바다 내음이 바람을 타고 전해지고, 성벽이 가까워질수록 시야가 탁 트인다. 성 안은 평탄한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걷기에 좋으며, 성벽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맑은 날에는 에메랄드빛 물결이 반짝이고, 흐린 날에는 잔잔한 은빛 호수처럼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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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고성군청 관광진흥과) |
성벽 아래로는 작은 해변이 가까이 있어 산책과 해안 풍경 감상이 한 번에 가능하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걸으며 사색하기 좋고, 성곽 위에 앉아 바람을 맞다 보면 과거 이곳을 지키던 조선 병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전쟁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국경을 지키려는 마음과 바다를 바라보던 시선은 여전히 풍경 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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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염관식) |
소을비포진성은 사계절 모두 방문하기 좋다. 봄에는 야생화와 잔디가 어우러져 부드러운 풍경을, 여름에는 짙푸른 바다와 초록 잔디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가을과 겨울에는 고요하고 깊은 바다의 매력을 전한다. 역사적 가치와 자연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조용한 여행지, 또는 잠시 쉬어가기 좋은 산책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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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고성군청 관광진흥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