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
경상북도 경산시 와촌면에 자리한 팔공산 갓바위는 예부터 ‘한 가지 소원을 꼭 들어준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 신앙의 명소다. 팔공산국립공원 관봉 정상 해발 853m 지점에 자리한 ‘관봉석조여래좌상’을 중심으로, 해마다 수많은 탐방객과 불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바위 위에 갓처럼 보이는 거대한 자연석이 얹혀 있는 독특한 형태 덕분에 ‘갓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설에 따르면, 통일신라 시기 의현 스님이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바위를 조각해 불상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 |
관봉석조여래좌상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앙지뉴 필름 |
팔공산은 대구와 경북 일대에 걸친 산으로, 202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며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중 갓바위지구는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구간으로, 정상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 코스는 대구 갓바위공영주차장에서 시작해 관암사를 지나 약 1km를 이어가는 길로, 1,365개의 돌계단이 연속으로 이어져 있다. 평균 소요 시간은 약 1시간이며 경사가 제법 가파른 편이라 체력 소모가 크다. 두 번째는 관음휴게소에서 시작하는 뒷길로, 길이 짧고 경사가 완만해 초보 탐방객이 많이 선택한다.
![]() |
돌계단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앙지뉴 필름 |
탐방은 갓바위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된다. 초입 구간은 포장된 오르막길로 이어지며, 중간중간 벤치와 정자가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다. 길가에는 관음사와 관암사 같은 사찰이 자리해 있어 산행 중 잠시 들러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관암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돌계단 코스가 시작되며, 계단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어 숨을 고르며 오를 수 있다. 짙은 나무숲을 스치는 바람과 청량한 공기가 발걸음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
![]() |
관암사 | 사진 = 한국관광공사 |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시야가 점점 트이고,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드디어 관봉석조여래좌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 불상은 암봉 자체를 깎아 만든 국내에서도 희귀한 조형물이다. 머리 위의 갓 모양 바위는 고려 시대에 연꽃무늬로 장식해 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엄한 자태와 함께 바다처럼 펼쳐진 하늘과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 |
관봉석조여래좌상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앙지뉴 필름 |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각자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불상 앞에 앉아 기도를 올린다. 전해 내려오는 믿음에 따르면, 갓바위에 기도하면 단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한다. 새벽녘에 오르면 고요한 산속의 정적과 여명을 맞이하며 더욱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불상 뒤편으로 해가 떠오르는 순간은 많은 이들이 놓치지 않으려 하는 장면이다.
갓바위 코스는 신앙 목적뿐만 아니라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져 봄에는 신록이, 가을에는 단풍이 계단길을 물들이며, 겨울에는 설경이 절경을 이룬다. 여름철에도 숲 그늘이 많아 비교적 쾌적하게 오를 수 있다. 하산 후에는 주변 식당가에서 지역 특산 음식을 맛보며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 |
팔공산 갓바위지구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앙지뉴 필름 |
이렇듯 팔공산 갓바위는 종교적 의미와 자연 경관, 그리고 도전적인 산행의 재미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다짐을 품은 채 하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