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 않아서 더 좋았던 하루"... 백두대간을 품은 열차 여행

속도를 낮춰야 보이는 풍경,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

눈앞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더 천천히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속도를 줄인 기차를 타는 것도 하나의 해답이다. 강원 태백에서 경북 영주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협곡열차, 일명 V-트레인은 바로 그런 여유의 상징이다.

'V'는 valley(협곡)의 약자이자, 백두대간이 만들어낸 깊은 골짜기의 형태에서 이름을 따왔다. 열차 외관은 백호의 줄무늬를 닮아, 보는 순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자연을 누비는 백두대간의 야생성과도 어울린다. 실내에 들어서면 천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어, 좌석에 앉는 순간부터 창밖의 숲과 계곡, 바위산이 그대로 펼쳐진다.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총 운행 구간은 철암과 영주를 왕복하는 구간이다. 일반 열차라면 몇 분이면 지나쳤을 거리지만, V-트레인은 시속 30km의 느린 속도로 1~2시간을 천천히 달린다. 주요 정차역은 분천, 양원, 승부 등 백두대간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간이역들이다. 각 역에서는 잠시 열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거나, 주민들이 직접 만든 특산물과 먹거리를 살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특히 양원역은 도로가 닿지 않아 오직 기차로만 갈 수 있는 역으로, 트레킹 마니아들에게는 특별한 감성을 전한다.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열차는 계절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여름에는 숲이 짙은 초록으로 물들고, 계곡물은 투명하게 빛난다. 창문을 활짝 열면 자연의 공기가 그대로 객실 안으로 들어온다. 가을엔 단풍이 강과 협곡을 따라 흐르듯 물들고, 겨울에는 설경 속을 달리는 눈의 열차가 된다. 특히 겨울 운행 열차에는 화목난로가 설치되어 있어 고구마를 구워 먹는 작은 이벤트도 펼쳐진다. 한 조각의 군고구마가 여행을 더 따뜻하게 해준다.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
사진 = 한국관광공사

객실 안에는 화장실이 없지만, 정차역에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으며, 모든 구간은 전석 지정제이므로 사전 예약은 필수다.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구간과 날짜, 시간대에 맞춰 예매 가능하고, 문화관광해설사 서비스를 신청하면 주요 역과 백두대간 협곡에 얽힌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한 전용석과 휠체어 승하차 지원도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다.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점도 특별하다. 10kg 이하 반려동물은 켄넬에 넣고, 예방접종 증명서를 지참하면 일부 구간에서 함께 탑승이 가능하다. 반려인에게도 낭만적인 기차 여행의 문이 열려 있는 셈이다.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가는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기차. 빠르게 지나쳐서는 느낄 수 없는 협곡의 바람과 나무, 그리고 바위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백두대간협곡열차는 분명히 특별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대한민국 여행지도 by 힐링휴게소]
– 2025.07.01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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