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풍경"... 사랑하는 사람과 걷고 싶은 길

포항의 해안 절경,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푸른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다는 건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파도 소리가 리듬처럼 따라오고, 수평선 너머로 해가 오르거나 지는 순간을 길 위에서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이 된다. 경북 포항의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그런 감각을 오롯이 경험하게 해주는 특별한 해안 트레킹 코스다.

이 길은 포항 청림동부터 장기면에 이르기까지 동해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 루트로, 총 연장 약 58km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출발점으로 도구해변, 선바우길, 구룡소, 호미곶 등을 경유해 장기읍까지 닿는다. 다섯 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어 체력과 일정에 따라 선택해 걷기 좋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끄는 건 2코스 '선바우길'이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2코스는 힌디기부터 하선대, 흥환간이해수욕장까지 약 6.5km를 걷는 구간이다. 길은 완만하게 조성되어 있어 걷기 부담이 적고, 곳곳에서 바다를 시야에 담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구간은 해질녘 풍경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바다 위로 천천히 내려앉는 붉은 석양, 바람에 실려오는 파도 소리, 걷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이 시간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선바우길 외에도 전체 코스 곳곳은 기암괴석과 해식 절벽, 바위 하나하나에 얽힌 이름과 전설이 함께 펼쳐져 걷는 재미가 있다. 독수리바위, 여왕바위, 힌디기 같은 기암은 이름만큼 생김새도 인상적이며, 길가엔 계절마다 해국이 보랏빛 물결을 이루고, 억새가 흔들리며 가을 정취를 더한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일출과 일몰 모두를 품은 이 길은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장소다. 아침에는 동해 위로 떠오르는 해가 트레킹의 시작을 밝혀주고, 저녁 무렵에는 붉게 물든 노을이 길의 끝을 장식해준다. 특히 석양이 강하게 물드는 구간에선 걷는 이들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깊어진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야간에도 이곳은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달빛이 해안을 은은하게 감싸며 파도는 더 고요하게 들리고, 조용히 걷는 이들의 실루엣이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연인들에게도 감성적인 데이트 코스로 자주 추천된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안내 시설과 편의성도 잘 갖춰져 있다. 구간별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데크길과 벤치, 포토존 등이 적절히 배치돼 있어 중간중간 쉬어 가기에도 좋다. 일부 구간은 유모차나 휠체어 접근도 가능해 가족 단위 여행객도 편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단, 해안 절경이 펼쳐지는 길인 만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일부 구간은 안전을 위해 일시 통제되기도 한다. 방문 전에는 포항시 공식 관광 홈페이지나 기상청 정보를 통해 트레킹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참고할 만한 코스로는,  

- 1코스 '연오랑세오녀길'(6.1km): 도구해수욕장을 지나 역사 테마공원이 함께하는 길  

- 3코스 '구룡소길'(6.5km): 병아리꽃나무군락과 장군바위가 만나는 생태 중심 코스  

- 4코스 '호미길'(5.6km): 포항의 대표 명소 호미곶 해맞이광장을 중심으로 한 코스 등  

지금 걷고 싶은 길이 있다면, 그리고 그 길이 바다와 닿아 있다면.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위를 걸어보자. 감동은 발끝에서 시작되어, 하루가 끝날 때쯤 마음 깊숙이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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