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그냥 못 지나쳤어요”… 절벽 아래 고요함이 내려앉은 겨울 사찰

[설경 속에서 만난 고즈넉한 강변 풍경, 연호사와 함벽루]

황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 끝에서 연호사는 절벽 아래 낮게 자리를 잡고 있다. 눈에 띄게 드러나기보다는 강과 암벽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형태다. 강물과 지형, 사찰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도로에서 멀지 않은 위치지만, 현장에 서면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진다. 강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과 물소리가 먼저 들리고, 그 뒤로 담장과 기와지붕이 천천히 시야에 들어온다. 겨울에는 눈이 더해지며 절벽의 선과 강변의 윤곽이 분명해진다.

합천 연호사와 함벽루
사진 = 합천군 공식 블로그


연호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인 643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는 합천 지역에 대야성이 설치되어 군사적 거점으로 기능하던 때로, 성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안녕과 호국을 기원하기 위해 사찰이 세워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오랜 기간 문헌 기록은 많지 않지만, 조선 영조 31년인 1755년에 인조대사가 사찰을 중수하며 현재 전해지는 가람의 틀이 마련되었다.


현재 연호사는 전통사찰 제9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조선 후기 불교 회화 양식을 보여주는 신중탱화를 포함해 여러 불교 유물을 보존하고 있다. 사찰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창건 시점과 중수 시기가 분명하게 전해져 역사적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합천 연호사
사진 = 한국관광공사


사찰에서 위쪽을 바라보면 절벽 가장자리에 함벽루가 자리하고 있다. 함벽루는 고려 충숙왕 재위 기간인 1313년부터 1330년 사이에 처음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조선 시대를 거치며 여러 차례 중건되었고, 현재의 모습은 조선 후기의 건축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 누각은 예로부터 강을 내려다보며 시를 짓고 글을 남기던 장소로 활용되었다. 내부에는 이황, 조식, 송시열 등 조선 시대 학자들의 글이 전해지고 있으며, 누각 뒤편 암벽에는 송시열이 직접 새긴 ‘함벽루’ 각자가 남아 있다. 특정 인물과 시점이 분명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공간의 성격이 뚜렷하다.

합천 연호사와 함벽루
사진 = 합천군 공식 블로그


함벽루는 정면과 측면이 각각 3칸으로 구성된 팔작지붕 건물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구조가 안정적이며, 겨울에는 지붕과 절벽, 강변에 눈이 내려앉아 형태가 더욱 또렷해진다. 장식이 많지 않아 계절 변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황우산 아래에 자리한 연호사, 그 위 절벽에 놓인 함벽루, 그리고 아래로 흐르는 황강은 서로 다른 시점의 시간이 한 장면처럼 이어진다. 맞은편 정양레포츠공원에서는 이 일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전체 구도를 파악하기 좋다.

합천 연호사와 함벽루
사진 = 합천문화관광

합천 함벽루
사진 = 한국관광공사


겨울의 연호사와 함벽루는 소란스럽지 않다. 눈 덮인 강변과 절벽, 연도가 분명한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현장에서 직접 마주했을 때 더욱 또렷하게 남는다. 합천에서 차분한 겨울 풍경을 찾고 있다면 일정에 무리 없이 더해볼 만한 곳이다.


[방문 정보]

- 주소: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읍 죽죽길 80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가능(무료)

-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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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04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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