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이 달렸을 뿐인데 기억에 남아요”… 남해의 결이 가장 잘 느껴지는 해안도로

[섬과 바다가 겹쳐지는 고성 드라이브 코스, 자란만]

고성을 여행하다 보면 특정 명소를 향해 이동하기보다, 길 자체가 여행의 중심이 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상족암군립공원에서 공룡 발자국을 둘러본 뒤 해안을 따라 차를 몰다 보면, 어느새 풍경이 한결 느긋해지는 구간에 접어든다.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곳이 자란만이다. 안내 표지나 화려한 입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붙잡는다.

고성 드라이브 코스 자란만
사진 = 한국관광공사 (이하 동일)


이 해안도로의 인상은 ‘조용함’에서 시작된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되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남해 바다는 여유로운 리듬으로 이어진다. 도로와 바다의 거리가 가까워, 굳이 차를 세우지 않아도 풍경이 연속적으로 흘러간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달릴 때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길이다.


자란만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다 위에 흩어진 섬들 때문이다. 자란도를 중심으로 만아섬, 육섬, 죽도, 솔섬, 목섬, 밤섬, 보리섬, 괴암섬, 나비섬, 문래섬, 누은섬, 소치섬, 윗대호섬, 아랫대호섬까지 크고 작은 섬들이 만 안쪽에 점점이 떠 있다. 한눈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 많은 섬들이 서로 다른 간격으로 자리하며, 바다의 풍경을 단조롭지 않게 만든다.


섬 사이로 펼쳐진 굴 양식장 또한 이곳 풍경의 일부다. 파란 수면 위에 규칙적으로 놓인 굴 부표들은 멀리서 보면 흰 점처럼 보이는데, 그 배열이 바다에 일정한 박자를 만들어낸다. 인위적인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풍경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자란만이 살아 있는 바다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고성 자란만

상족암군립공원에서 77번 국도를 따라 하일면을 지나 삼산면으로 접어들면 길의 분위기는 점점 더 차분해진다. 삼산초등학교 인근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고성군의 남쪽 끝자락인 두포리 포교마을로 이어진다. 반원을 그리듯 펼쳐진 자란만의 동쪽 끝에 자리한 이 마을은 대규모 관광지는 아니지만, 바다와 바로 맞닿은 해안마을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다.


포교마을 일대에는 약 60여 가구가 모여 있다. 바다를 등지고 선 집들과 작은 선착장, 그 주변으로 정박한 어선들이 이곳의 풍경을 이룬다. 화려함은 없지만, 남해안 마을 특유의 단정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 길을 달려온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고성 자란만 포교마을


아직 널리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지만, 고성군에서는 포교마을 선창 주변에 주차 공간을 비교적 넉넉하게 마련해 두었다. 덕분에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들뿐 아니라, 조용한 해안 풍경을 찾는 여행자들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특별한 일정 없이 잠시 머물렀다 가기에도 적당한 여유가 있다.


자란만 해안 드라이브는 일부러 찾아가기보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났을 때 더 깊이 남는 길이다. 빠르게 지나쳐도 좋고, 마음 가는 대로 속도를 늦춰도 어색하지 않다. 섬과 섬 사이로 이어지는 남해의 풍경을 조용히 느끼기 좋은 이 길은 충분히 기억에 남을 만한 힐링 명소다.

고성 자란만

[방문 정보]

- 주소: 경상남도 고성군 하일면 용태1길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휴일: 연중무휴

-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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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04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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