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바위 품은 겨울 산사, 고성 화암사]
강원 고성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서면 산세가 점점 높아지고, 바람 소리마저 잦아든다. 신선봉 아래 자리한 화암사는 이런 산중의 분위기 속에서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사찰이다.
신라 혜공왕 5년(769년) 진표율사가 창건한 뒤 여러 차례의 화재와 중건, 그리고 조선 인조 연간의 중창을 거치며 오랜 세월을 이어왔다. 한국전쟁 당시 소실되었지만 다시 복원되었고, 1991년 세계잼버리대회를 앞두고 전면 재정비되면서 지금의 단정한 산사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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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이하 동일) |
화암사가 있는 화암골은 신선봉에서 뻗어 내려온 계곡이 깊게 패여 형성된 공간이다. 사찰 앞으로는 수바위와 울산바위가 둘러서 있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산이 만든 거대한 벽 앞에 선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일주문을 지나면 계단 위로 고요한 마당이 이어지고, 대웅전과 삼성각, 명부전, 요사채 등이 산세에 기대듯 자리해 있다. 조선 후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도와 오래된 계단석은 이곳이 오랜 수행의 터전이었음을 말해준다.
겨울이 오면 화암사의 분위기는 한층 더 깊어진다. 눈이 내린 날 아침, 사찰 주변의 바위와 나무 위로 고르게 덮인 눈은 웅장한 산세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대웅전 처마 끝에 내려앉은 눈이 햇빛을 받아 반짝일 때, 방문객들은 흔히 보던 겨울 풍경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된다. 바람이 잠잠해지는 순간이면 고요함은 더욱 짙어지고,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눈 밟는 소리만 사찰에 은은하게 퍼진다.
사찰로 향하는 길은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도착하는 순간, 그동안의 이동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특히 겨울철에는 화암사의 주변 풍경이 한층 정갈해져 눈으로 덮인 바위와 목조건물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많은 이들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다시 오고 싶어진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암사에는 작은 전통 찻집도 있어 사찰 둘러본 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창밖으로 펼쳐진 겨울 풍경을 바라보기 좋다.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찻잔의 온도는 긴 겨울 여행에서 얻기 어려운 편안함을 선물한다. 잠시 머무르다 고개를 돌리면, 바위 능선과 설경이 조용하게 이어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겨울 산사의 매력은 화려함이 아니라 깊이에서 온다. 눈으로 덮인 바위 절경, 오래된 전각의 기와선, 그리고 이 산사가 품고 있는 긴 시간의 흐름이 함께 어우러져 진정한 쉼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화암사는 계절이 바뀔 때 다시 떠오르고, 특히 겨울이면 꼭 다시 찾고 싶은 사찰로 남는 곳이다.
[방문 정보]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토성면 화암사길 100
- 이용시간: 연중무휴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가능(승용차 4,000원)
- 입장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