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만 볼 수 있는 황금빛 돔”... 조용한 마을 속 감성 명소

[경북 경주시, 하곡리 은행나무]

안강읍의 조용한 들녘을 지나 마을로 향하는 길은 초가을의 색이 남아 있지만, 마을 입구에 다다르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길가에 서 있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 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수호목으로, 11월이면 온몸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작은 시골 마을을 하나의 풍경화처럼 변화시킨다. 멀리서 바라보아도 나무의 크기와 색감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경주 하곡리 은행나무
사진 = 경주문화관광


하곡리 은행나무는 추정 수령 약 300년의 보호수다. 높이만 20m가 넘고 기둥 둘레가 굵어 다가가서 올려다보면 자연의 시간과 규모를 실감하게 된다.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하늘을 뒤덮고, 은행잎이 가지마다 풍성하게 매달려 있어 노란 색채가 나무 전체를 감싸는 듯하다. 가까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어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11월 초·중순은 이 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햇빛이 가지 사이로 스며들면 잎 하나하나가 따뜻한 빛을 머금은 듯 반짝이고, 그 아래로 잎이 내려앉으며 바닥은 온전히 노란색으로 덮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서서히 떨어져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가 한적한 농촌 마을의 고요함과 어우러져 늦가을 특유의 정취를 만든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주말에도 소음이 크지 않아 자연 속에서 머무는 느낌이 이어진다.

경주 하곡리 은행나무
사진 = 경주문화관광


나무 아래 자리한 작은 정자와 테이블은 방문객들이 잠시 머물며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공간이다. 따뜻한 음료를 준비해 와 천천히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당하다. 정자 주변에는 나무에 기대어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조금만 자리를 옮기면 조용한 구간에서 나무의 전체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나무 아래에 쌓인 잎은 바닥을 완전히 덮어 한층 더 깊은 색감을 만들어내며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하곡리 은행나무의 매력은 크기뿐만 아니라, 그 주변이 가진 공간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고, 나무 주변이 넓게 트여 있어 한 그루 나무가 중심이 되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주변 들판과 산자락이 함께 이어져 있어, 나무 하나로도 계절의 분위기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 농촌 마을의 아담한 분위기 속에서 대형 보호수가 만들어내는 대비는 단순히 아름답다기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경주 하곡리 은행나무
사진 = 경주문화관광


이 나무는 오랜 시간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쉼터이자 상징이 되어 왔다. 마을을 지키는 존재처럼 자리해 있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색을 보여준다. 봄에는 연둣빛의 새잎이 돋고 여름에는 짙은 초록이 펼쳐지지만, 단연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시기는 11월이다. 은행잎이 완전히 노랗게 물들어 나무 전체가 하나의 황금빛 돔처럼 보이는 절정의 풍경은 이 시기에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상업적으로 꾸며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공간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깊이 있는 풍경을 원한다면 충분한 만족을 준다. 주변에 번잡한 시설이 없고, 단순히 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의 정자만 자리해 있어 오래 머물지 않아도 가을의 정취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도시에서 벗어난 조용한 시간, 자연이 주는 깊은 색감, 그리고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낙엽까지 한꺼번에 느끼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경주 하곡리 은행나무
사진 = 경주문화관광


11월이 지나면 이 나무의 잎도 금세 떨어지기 때문에, 짧은 절정 기간 동안 찾는 것이 좋다. 계절이 만들어낸 자연의 절경을 그대로 담은 이곳은 경주의 가을을 가장 단정하게 보여주는 풍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단순한 단풍 명소가 아니라, 한 그루의 나무가 계절을 완성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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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7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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