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도 무료인데 이 정도 규모라고요?”... 청라 은행마을 가을 풍경

[충남 보령시, 청라 은행마을]

가을이 무르익는 시기, 청라면의 작은 마을은 거대한 황금빛 물결로 변한다.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나무 사이로 비치는 노란빛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골목길마다 수천 장의 잎이 땅을 덮어 마치 색채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마을 전체가 은행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를 향해 걸어도 풍경이途絶되지 않는 점이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보령 청라 은행마을
사진 = 보령 은행마을


이 마을에는 약 3천여 그루에 달하는 토종 은행나무가 고르게 퍼져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나무가 몇 그루 모여 있는 길만으로도 단풍 명소로 불리는데, 이곳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숲처럼 이어져 그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다. 바람이 스치는 순간 머리 위에서부터 노란 잎이 비처럼 쏟아지고, 바닥에서는 잎들이 발걸음에 따라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어 늦가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더한다. 자연이 만든 황금빛 융단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은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다.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오서산 아래 작은 못에서 천 년을 기도해 황룡이 된 누런 구렁이가 살았고, 승천하던 날 떨어뜨린 여의주가 까마귀들에 의해 마을로 가져와졌다는 전설이다. 까마귀들이 여의주를 은행 열매로 착각해 물어왔다는 이야기에서 이곳의 은행숲이 비롯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전설 속 풍경처럼 마을 전체가 황금색으로 물드는 모습을 보면 그 이야기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자연과 이야기가 겹쳐지는 이 공간은 풍경만으로도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보령 청라 은행마을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청라 은행마을의 절정은 매년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찾아온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주민들이 직접 준비하는 인절미 만들기와 은행빵 만들기 체험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어린아이들은 손으로 반죽을 만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어른들은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며 함께 계절의 따뜻함을 나눈다. 단순한 볼거리만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며 완성되는 경험이 이 마을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해가 기울어지는 늦은 오후는 이 마을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햇빛의 방향이 낮아지면서 은행잎은 황금빛 속에 붉은빛을 살짝 머금어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든다. 마을 중심길에 서면 잎이 빛을 품어내듯 반짝이고, 잎들이 바람에 흩날릴 때마다 영화 속 장면처럼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진가들이 이 시기를 기다리는 이유도 바로 이 빛의 변화 때문이다. 걷는 길 전부가 포토존이 되어 자연이 완성한 색감 속에서 어느 지점에 서더라도 그림 같은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보령 청라 은행마을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계절이 깊어갈수록 매력은 더욱 짙어진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드는 평일 오후에는 마을에 고요가 깔려 은행잎이 흔들리는 소리만 들릴 정도다.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속도에서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며, 잎이 수북이 쌓인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순간 계절의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가까운 거리 안에서도 확연히 달라지는 풍경 덕분에 짧은 시간 머물러도 충분한 가을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청라 은행마을은 입장료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임에도 규모와 풍경이 탁월해 매년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한다. 복잡한 준비 없이 찾아도 되고, 편안한 신발만 있으면 마을 전체를 천천히 걸어볼 수 있다. 노란 잎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가을이 주는 따뜻한 정서를 온몸으로 느끼다 보면, 이 마을이 왜 가을 여행지로 손꼽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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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7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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