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상징, 영남루]
경상남도 밀양시 중앙로, 밀양강을 따라 이어진 절벽 위에 영남루가 자리한다. 이 누각은 고려 공민왕 시기부터 이어진 67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처음에는 신라시대 영남사라는 사찰의 부속 정자였으나, 세월이 흘러 독립된 누각으로 발전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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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신민선 |
영남루는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조선 3대 누각’으로 꼽힌다. 동서 5칸, 남북 4칸의 웅장한 팔작지붕 구조를 지닌 2층 누각으로, 중앙에 대루를 두고 좌우에 능파각·침류각·여수각이 연결된 독특한 배치를 하고 있다. 단일 구조의 누각과 달리 여러 건축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구성은 보기 드물며, 그 정교한 짜임새 덕분에 건축미가 더욱 돋보인다.
현재의 건물은 조선 고종 시기인 1884년에 밀양부사 이인재가 중건한 것이다. 세월의 풍파에도 견뎌온 영남루는 구조와 단청, 공포 장식 모두에서 조선 후기 건축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층 구조를 이루는 지붕의 곡선과 단청의 색채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고유의 품격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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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신민선 |
1933년 보물로 처음 지정된 이후, 1955년에는 국보로 승격되며 그 역사적 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문화재 재분류 과정에서 다시 보물로 조정되었지만, 2023년 12월 28일 다시 국보로 재승격되었다. 이는 영남루가 지닌 건축적 완성도와 문화적 상징성이 다시금 평가받은 결과다. 단순한 목조건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 한국 누각 문화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누각 위에 오르면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눈앞에는 밀양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아래로는 남천강이 유유히 흐른다. 낮에는 푸른 강물과 도시의 조화가 산뜻하고, 해질 무렵이면 붉은 노을이 강물에 번지며 정자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는 불빛이 켜진 누각이 물 위에 반사되어, 또 하나의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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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밀양시 공식 블로그(박은희) |
영남루의 매력은 계절마다 달라진다. 봄에는 벚꽃이 주변을 감싸고, 여름에는 강가를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가을이면 단풍이 절벽을 따라 물들며 누각의 기와와 어우러지고, 겨울에는 고요한 강 위로 눈이 쌓여 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어느 계절에 찾아도 만족스러운 촬영 포인트가 된다.
누각 아래로는 영남루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강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누각의 위용을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고,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을 통해 영남루의 역사와 복원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주변에는 밀양읍성, 아리랑아트센터, 밀양강 오딧세이 등 연계해 둘러볼 명소도 많아 하루 일정 여행지로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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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신민선 |
입장료는 무료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주차장이 인근에 마련되어 있어 접근도 편리하다. 영남루는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계절의 변화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600여 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누각, 그리고 그 위에서 바라보는 밀양의 풍경은 오랜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감동을 전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서 있는 영남루는 한국 건축의 품격과 자연의 조화가 완벽히 어우러진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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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루 야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