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과 계곡의 정취가 어우러진 백담사]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깊은 산자락, 내설악의 품 안에 백담사가 자리한다. 이곳은 세속의 번잡함을 벗어나 마음이 고요해지는 사찰로 자연과 전통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신라 진덕여왕 원년인 647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뒤 여러 차례의 소실과 중건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다. 백담사라는 이름은 ‘절까지 백 개의 못이 이어져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실제로 절 앞 계곡에는 맑은 물줄기가 굽이치며 수많은 소(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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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백담사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가 여행이다. 내설악 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이어지는 길은 약 7.5km로, 여름에는 셔틀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창문 밖으로 흐르는 백담계곡의 물소리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지며, 산 속으로 들어간다는 실감이 서서히 밀려온다. 도착지에 내리면 계곡 위로 난 다리가 보이고, 그 다리를 건너면 비로소 사찰의 고요한 공간이 펼쳐진다.
백담사의 경내는 크지 않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고요와 평안을 전한다. 극락보전, 산령각, 나한전, 요사채 등이 조화를 이루며 전통 사찰의 품격을 보여준다. 경내 중심에는 만해 한용운 선사를 기리는 만해기념관이 자리한다. 그의 시 ‘님의 침묵’으로 잘 알려진 만해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불교 사상가였다. 이곳은 그가 머물며 사색과 글쓰기를 이어간 장소로, 백담사가 사유의 공간으로 기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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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사찰 앞 계곡에는 수많은 방문객이 소원을 담아 쌓아 올린 돌탑이 있다. 탑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그 사이로 들려오는 물소리는 마음을 씻어주는 듯하다. 자연이 만들어 낸 계곡의 소리와 인간의 염원이 어우러진 장면은 백담사만의 특별한 풍경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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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백담사는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가을에 찾으면 더욱 특별하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는 산 전체가 붉고 노란 빛으로 물들며, 사찰로 오르는 길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발길을 멈추고 둘러보면, 물 위에 비친 단풍과 전각의 곡선이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내설악의 산세와 계곡, 그리고 백담사의 고요함이 어우러지는 순간, 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지 단번에 느끼게 된다.
가을 바람이 불어올 때 들리는 풍경 소리는 마치 마음속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계곡 옆을 따라 걷다 보면 발밑으로 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리듬처럼 이어지고, 그 속에서 자연의 순리를 체감하게 된다. 잠시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산의 풍경은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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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백담사는 입장료가 없으며, 연중 언제나 개방되어 있다. 사찰 앞에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탐방지원센터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셔틀버스는 성수기에는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하차 후 도보로 10분가량 이동하면 경내에 닿는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인제읍을 지나 백담로를 따라가면 도로 끝자락에 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산행을 겸한 방문객이라면 봉정암, 오세암 등 내설악의 암자들과 연계해 하루 일정으로 둘러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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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도심의 소음을 벗어나 산속의 고요를 느끼고 싶다면, 백담사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 울긋불긋한 단풍, 차가운 계곡물, 그리고 천년 세월을 품은 전각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