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세월을 품은 산속 단풍 사찰 여행지, 정선 정암사]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고한읍의 깊은 산중, 함백산 자락을 따라 오르다 보면 붉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한 사찰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대에 창건된 오래된 사찰로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늦가을이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깊은 산속의 공기와 고요한 분위기, 그리고 천천히 번지는 가을빛이 어우러져 사찰 전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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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이곳은 한국 불교의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신령스러운 공간이다. 정암사 경내에는 고려 시대에 조성된 수마노탑이 자리하고 있고, 이 탑 또한 사리를 모신 신성한 장소로 오랜 시간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져 왔다.
수마노탑은 벽돌을 쌓아 올린 듯한 모전석탑 구조로 독특한 형태를 지니며, 역사적 가치와 조형미를 인정받아 2020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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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탑으로 향하는 길은 약 10분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으로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는 양옆으로 붉은 잎이 흐드러져 숲길 자체가 가을의 통로처럼 느껴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잎이 발끝에 떨어지며 길을 수놓고, 햇살이 잎 사이로 스며들며 숲속이 부드럽게 물든다. 걸어가는 동안 외부 소음은 사라지고, 숲의 자연스러운 소리만 채워져 마음이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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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정암사는 해발고도가 높은 편이라 공기가 유난히 맑고 차다. 함백산 기슭 깊숙한 곳에 자리한 덕분에 가을의 기운이 오래 머무르고, 단풍의 색감 또한 선명하다.
도심에서 흔히 보는 단풍보다 훨씬 짙고 깊은 색을 띠며, 사찰의 전각과 주변 산세를 감싸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특히 새벽 시간대에는 얇은 물안개가 사찰 주변에 내려앉아 신비로운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정암사에는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셔온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예로부터 신앙적 의미가 컸다. 크지 않은 규모의 사찰이지만, 오히려 소박한 모습이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져 더 깊은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래된 사찰 특유의 안정감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곳곳에 자리한 단풍나무 아래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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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사찰 주변에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간단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기에 좋다. 계곡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어우러진 이 구간은 가을 정취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특히 단풍이 산허리에 가득 번지는 시기에는 산책로 전체가 붉고 노란 잎으로 채워져 눈을 돌리는 곳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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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정암사는 입장료가 없으며, 주차 또한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별도의 예약 없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가을의 깊이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이곳만큼 적합한 장소는 많지 않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쉬게 해주는 곳, 정암사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계절에 가장 빛나는 산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