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한가운데 우뚝 선 금산 요광리 은행나무]
충청남도 금산군 추부면, 들판 한가운데 우뚝 선 거대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요광리 은행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천 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온 고목으로, 금산의 대표적인 자연 유산이자 천연기념물 제84호로 지정되어 있다.
가을이 되면 황금빛으로 물든 나무가 들판을 환하게 비추며,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장관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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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황성훈 (이하 동일) |
요광리로 향하는 길은 시골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지는 한적한 도로다. 추부면 시내를 벗어나 좁은 농로를 따라가면 벚나무 터널이 50m가량 이어지고, 그 끝에 천 년의 세월을 지켜온 은행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논과 밭이 펼쳐진 들녘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세월의 중심을 지키는 수호목처럼 느껴진다.
요광리 은행나무는 높이 약 33m, 둘레 8m에 달하며 줄기가 곧고 가지가 힘차게 위로 뻗어 있다. 대부분의 오래된 나무들이 굽거나 처지는 것과 달리, 이 나무는 여전히 곧고 단단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황금빛 잎이 가지 끝마다 수놓아져 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나무껍질마다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나무 아래에 서면 잎사귀가 하늘을 덮어 그늘이 드리워지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은은하게 반짝인다.
이 나무는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신목(神木)으로 여겨져 왔다. 매년 가을이면 주민들이 이곳에서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제를 올렸고, 지금도 나무 앞에서 두 손을 모으며 소원을 비는 이들이 많다.
사람들은 “요광리 은행나무 아래에서 마음을 비우면 걱정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이곳은 마음을 다스리는 힐링 명소로 알려져 있다.
가을 햇살이 가장 깊어지는 10월 하순부터 11월 초, 요광리 은행나무는 절정을 맞는다.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땅 위에 내려앉으면, 나무 주변은 순식간에 황금빛 융단으로 변한다.
잎사귀가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금가루가 내리는 듯하며,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장면마다 다른 감동을 준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피사체다.
나무 주변은 과거 논이었지만, 현재는 문화재청이 보호를 위해 매입하여 탐방로와 울타리를 정비했다.
덕분에 나무를 가까이에서 안전하게 관찰할 수 있고, 안내문을 통해 나무의 역사와 전설도 함께 접할 수 있다. 주변에는 벤치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잠시 머물며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요광리 은행나무는 접근성이 뛰어나 당일치기 나들이 장소로도 적합하다. 주차장은 도보 2분 거리에 있으며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입장료도 없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길이 평탄해 어르신이나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기에도 좋고, 잠시 머물러 자연 속에서 여유를 느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수백 년의 바람과 햇살을 견디며 지금까지 서 있는 요광리 은행나무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역사이자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이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잎사귀 아래에서 잠시 눈을 감으면, 세월이 멈춘 듯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주말에 조용한 가을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금산의 천년 고목 아래에서 그 쉼을 느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