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섬의 보랏빛 풍경, 퍼플섬 퍼플교]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면에 위치한 퍼플교는 단순한 해상 목교가 아니다. 이곳은 한 마을 주민의 작은 바람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평생을 박지마을에서 살아온 한 할머니가 생전에 “고향 섬에서 목포까지 걸어 나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남겼는데, 2007년 신활력 사업을 통해 그 뜻이 현실이 되었고, 바다 위에 다리가 놓였다. 이 다리가 지금의 퍼플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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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총 길이 1.5km에 달하는 퍼플교는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다리로, 섬과 섬 사이를 바다 위에서 직접 걸어갈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두 개의 교량이 V자 모양을 그리며 바다 위로 뻗어 있는데, 그 길을 걷는 순간 마치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듯한 색다른 감각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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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다리 중간에는 여행객을 위한 팔각정 형태의 쉼터가 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얼굴을 스치며,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일부 구간은 낚시 포인트로도 개방되어 있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퍼플교라는 명칭은 단순히 다리의 색을 보라색으로 칠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안 1004섬 중에서도 박지도와 반월도 일대는 보랏빛 식물과 농작물이 풍부하게 자라기로 유명하다. 봄에는 라벤더와 수선화, 여름이면 보랏빛 수국과 라일락이 섬을 물들이고, 가을과 겨울에도 계절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 지역은 신안군이 ‘퍼플 아일랜드’로 개발해 관광객에게 특별한 테마 여행을 제공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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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신안군 |
이곳을 찾는 또 다른 재미는 ‘보라색 드레스코드’다. 보라색 계열의 옷이나 모자, 신발, 우산 등 하나만 착용해도 입장료가 무료다. 이러한 규칙 덕분에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보라색 복장을 갖추고 오는데, 덕분에 마을 전체가 보라색 물결로 가득 차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퍼플교를 지나면 반월도와 박지도로 이어진다. 반월도는 섬 자체가 반달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며, 최고봉인 어깨산은 사람의 어깨처럼 둥글게 솟아 있는 지형이 특징이다. 박지도는 박 모양의 섬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과거에는 바기섬 혹은 배기섬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두 섬 모두 해안을 따라 둘레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바다 풍경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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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낮의 퍼플섬은 푸른 바다와 보랏빛 꽃들이 어우러져 화사하고 활기찬 풍경을 보여준다. 반면,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교량 위에 설치된 조명이 하나둘 켜지며 바다 위로 보라색 빛줄기가 드리워진다. 끝없이 이어진 빛의 다리는 마치 바다 속으로 연결되는 환상의 길처럼 보이며, 연인들의 산책 코스와 사진가들의 촬영 포인트로 큰 인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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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
퍼플섬 여행은 단순히 다리를 건너는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계절마다 꽃으로 물드는 섬을 거닐며 자연을 느끼고, 바닷가에서 갯벌 체험을 즐기며, 전통이 남아 있는 마을 풍경까지 둘러볼 수 있다.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섬 전체를 경험할 수 있으며, 가족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입장료는 일반 5천 원, 청소년과 군인은 3천 원, 어린이는 1천 원이다. 하지만 보라색 복장을 착용하면 누구든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퍼플섬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주차 시설도 마련돼 있어 접근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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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퍼플교는 소망에서 시작해 모두의 여행지가 된 특별한 다리다. 바다와 꽃, 그리고 마을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퍼플섬은 신안의 1004섬 가운데서도 가장 독창적인 매력을 가진 장소로, 여행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