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범바위]
청산도의 남쪽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크게 트이며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지점이 있다. 보적산 자락에 위치한 범바위 전망대는 청산도 여행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필수 코스 중 하나다. 멀리서 보면 호랑이가 몸을 웅크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범바위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바위 주변의 자성이 강해 나침반이 흔들릴 정도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래전부터 기도처로 알려진 이유도 이 기운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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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라이브스튜디오 (이하 동일) |
범바위에는 여러 설화가 전해진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신선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전설이다. 신선이 청산도를 지키기 위해 십장생을 모으라고 호랑이에게 명했지만, 정작 호랑이는 십장생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신선은 달빛이 바다에 비치기 전 섬을 떠나라고 했지만, 아기호랑이가 뒤처지는 바람에 달빛이 내려앉는 순간 두 호랑이는 그대로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설화에서는 이 바위에서 울린 호랑이의 포효가 너무 커 더 큰 범이 있는 줄 알고 모두 달아났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범바위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큰 난이도가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청계리 마을에서 차량으로 약 2km만 이동하면 바로 정상 근처에 도착할 수 있고, 개인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마을 주차장에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계단과 완만한 오솔길이 이어지는 짧은 구간만 오르면 곧바로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부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세지고, 그 바람에 실린 짠내와 숲 냄새가 섞여 바다 전망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전망대에 도착하는 순간 청산도 여행자들이 이곳을 왜 꼭 찾는지 단숨에 이해하게 된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바다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맑은 날에는 거문도와 제주도 방향까지 시야가 이어진다. 청산도 특유의 적막한 능선과 푸른 바다가 만나는 장면은 다른 곳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바람이 능선을 타고 지나가는 소리와 아래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함께 들려 조용한 정상에서 더욱 깊은 여유를 만든다.
전망대 아래쪽으로는 포구가 내려다보이는데, 이곳의 또 다른 재미는 ‘세 마리 거북이’를 찾는 일이다. 바위와 절벽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이 멀리서 보면 거북이 형상처럼 보여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포인트로 자리했다. 청산도 곳곳의 해안 풍경과 어우러져 여행의 여백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범바위 전망대는 계절마다 분위기가 분명하게 다르다. 봄에는 청산도 특유의 푸른 들녘이 활기를 띠고, 초여름에는 바다가 한층 깊은 색을 띠며 시야가 선명해진다. 가을에는 능선에 은빛 풀들이 흔들리고, 겨울에는 바람이 차가워지지만 대신 맑고 깨끗한 공기 덕분에 바다 수평선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어느 계절에 찾더라도 전망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짧게 올라가 넓은 풍경을 마주하고 싶을 때, 혹은 청산도 여행 중 한 곳만 골라야 한다면 범바위 전망대는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선택지다. 신비로운 전설, 압도적인 조망, 그리고 편안한 접근성까지 갖춘 이곳은 청산도의 대표 힐링 명소로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