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슬한 곳에 암자가 있었다고요?” 절벽 위에 올라서는 순간 펼쳐지는 다도해 절경

[문수암]

수태산 자락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숲의 냄새가 바뀌고, 공기가 한층 선명해진다. 나무 사이로 스며들던 빛은 점점 넓은 면적을 비추기 시작하며, 시야가 크게 열리는 지점에서 드디어 문수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절벽 아래 아슬하게 기대어 자리한 이 암자는 천년 넘게 산과 바다를 함께 바라보며 같은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길게 이어지는 능선 끝에 자리한 모습만으로도 특별함이 느껴지지만, 실제로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 이상의 감동을 준다.

경남 고성 문수암
사진 = 고성군 문화관광


문수암이 자리한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명승지로 알려져 왔다. 수태산의 봉우리들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자연이 스스로 만든 요새에 들어오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암자가 기울거나 흔들릴 것처럼 보일 만큼 절벽 끝에 자리해 있지만,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디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고찰의 존재감은 오히려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주변을 둘러싼 자연의 굴곡과 침묵은 여행객의 마음을 서서히 가라앉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문수암을 특별한 명소로 만드는 요소는 단연 전망이다. 숲길을 지나 암자에 가까워질수록 남해의 바다가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산과 바다가 한 장면 안에서 겹쳐지는 드문 지형적 조건 덕분에 하늘 아래 펼쳐진 수평선과 바다결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수태산 정상에 우뚝 선 보현암의 금동 약사여래불이 함께 보이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이곳을 다시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바다와 산, 불상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이 풍경은 직접 마주해야만 그 규모와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문수암에서 바라본 전망
문수암에서 바라본 전망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특히 오후 햇빛이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대에는 풍경이 한층 더 깊어진다. 바다 위로 부서지는 빛이 은빛으로 반짝이고, 능선 주변 바위와 숲은 부드러운 음영을 띠며 풍경에 따뜻한 색감을 더한다. 고요한 숲의 정적 속에서 파도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와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듯한 순간을 만들어준다. 짧은 산행이지만 정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의 여운은 걸어온 수고를 잊게 할 만큼 크다.


문수암 주변은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어렵지 않다. 숲길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도를 올리면서 점차 바람의 세기와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이 변화가 정상에서의 풍경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산행 자체가 복잡하거나 힘들지 않아 주말 나들이 코스로도 적합하며, 짧게 다녀와도 충분히 깊은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경남 고성 문수암
사진 = 고성군 문화관광


암자 앞마당에 서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파노라마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까이 보이는 해안선과 멀리서 겹겹이 이어지는 섬들의 윤곽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하게 보이고, 바람이 불 때마다 다른 형태로 흩어지는 파도결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묵직하던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돈되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문수암은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주차 공간도 무료로 제공된다. 산 아래에서부터 이어지는 숲길은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거리라 많은 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고 있다. 높지 않은 산행이지만 정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해발 고도를 훨씬 뛰어넘는 깊이와 스케일을 보여준다.

경남 고성 문수암
사진 = 고성군 공식 블로그(김종신)


기암절벽 위의 고즈넉한 암자, 다도해가 펼쳐진 탁 트인 조망, 그리고 천년 사찰만이 지닌 고요함. 이 세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문수암은 한 번의 방문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산사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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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2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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