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용장사곡 삼층석탑’ (용장골 코스)]
경주 남산은 ‘노천박물관’이라는 이름처럼 산 곳곳에 문화유산이 흩어져 있어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역사와 풍경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용장사곡 삼층석탑은 바위 정상에 홀로 서 있는 독특한 구조 덕분에 많은 이들이 찾는 핵심 명소다. 흙길을 따라 40~45분 정도만 걸어 오르면 정상부가 열리며, 해가 기울 무렵이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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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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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전형준 |
삼층석탑은 자연암반을 그대로 기단으로 삼아 올린 독특한 형식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따로 다듬은 기단 없이 산 전체가 기단처럼 보이기 때문에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존재감이 남다르다. 통일신라 특유의 안정적인 비례감이 살아 있으며, 첫 층의 몸돌이 강하게 자리하고 위로 가며 가벼워지는 형태 덕분에 전체적인 조형미가 더욱 돋보인다. 지붕돌 모서리가 살짝 들린 모습에서는 장인의 세심한 조각 감각이 느껴져 자연과 건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이 장소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은 일몰이다. 석탑 앞에 서면 골짜기 사이로 들녘과 능선이 길게 이어지고, 석양이 천천히 내려앉으며 붉은빛이 산 전체를 감싼다. 도시의 불빛 대신 자연의 색채만이 장면을 만드는 곳이라,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강하게 전해진다. 일몰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맞춰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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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경주문화관광 |
등반 난이도는 초보자도 무리가 없을 만큼 편안한 편이다. 용장휴게소 건너편에서 시작해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 이어지고, 초반 흙길과 완만한 경사만 잘 넘기면 비교적 금방 정상에 닿는다.
길 상태가 안정적이고 주변 풍경이 계속 이어져 지루하지 않으며, 천우사와 용장계곡을 지나며 남산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500번 버스를 이용하면 쉽게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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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
삼층석탑은 문화재 지정은 받지 않았지만 풍경 속에서 석탑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는 장소다. 자연 기단 위에 가볍게 얹혀 있는 듯한 모습과 붉은 노을이 섞이는 장면은 남산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짧은 트레킹이지만 만족도가 매우 높아 ‘초보자에게 추천하기 좋은 남산 일몰 코스’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일몰이 아름다운 계절, 하루를 천천히 마무리하고 싶다면 용장사곡 삼층석탑은 더 없이 적합한 목적지가 된다. 남산의 고즈넉함과 통일신라의 미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공간에서 색다른 감성을 느껴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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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경주문화관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