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 자체가 여정이 되는 신비로운 등대섬, 옹도 등대]
바람이 거칠게 스치는 서해 한가운데, 둥그렇게 솟은 작은 섬 하나가 있다. 멀리서 보면 항아리가 수면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어 ‘옹도’라 불린다. 섬의 정상에는 1907년에 세워진 유인등대가 자리하며, 100년 넘게 외부인의 출입이 막혀 있었던 곳이다. 그 긴 고요의 시간이 2013년에 비로소 열리면서, 지금은 하루 한 번 허락되는 유람선으로만 닿을 수 있는 신비로운 여행지로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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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태안군 (이하 동일) |
옹도를 가까이서 바라보면 지형의 특별함이 단번에 드러난다. 가운데가 불룩하게 솟은 둥근 모양이 특징이며, 섬의 가장자리 대부분은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와 파도가 치는 소리가 겹쳐 웅장한 분위기를 만든다. 절벽 위로 펼쳐지는 전망은 시야가 시원하게 트여 어느 방향에서도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섬에 발을 디디는 순간 또 다른 풍경이 등장한다. 옹도는 동백나무 군락이 빽빽하게 들어선 섬으로도 유명하다. 정상부의 동백숲은 눈앞이 어두워질 만큼 울창해 작은 밀림처럼 느껴질 정도다. 동백나무 사이를 따라 난 오솔길을 걷다 보면 햇빛이 거의 스며들지 않아 주변의 고요가 더욱 강화된다. 겨울철 동백이 피어날 때는 붉은 꽃들이 숲속을 물들이며 색다른 장면을 만들어낼 만큼 아름답다.
자생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찔레꽃과 산벚나무는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며, 천남성 등 독특한 식물도 섬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인간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식생이 온전히 보존된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보고 싶어 하는 여행자에게 특히 만족도가 높다.
이 섬이 특별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충청남도에서 유일하게 등대지기가 상주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국내 대부분의 등대가 자동화된 지금, 등대지기의 생활을 직접 볼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래된 등대 아래에서 실제로 누군가가 섬의 불빛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행의 의미를 한층 깊게 만들어 준다.
옹도는 아무 때나 갈 수 없는 섬이다. 일반 선박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신진도 안흥유람선이 하루 한 번, 오후 2시에만 운항한다. 기상 상황에 따라 결항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제한 덕분인지 옹도는 지금까지도 쉽게 닿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섬으로 남아 있으며, 상륙 자체가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 된다.
하지만 어려운 여정 끝에 섬에 오르면 그 모든 과정이 보상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절벽 위 등대와 울창한 동백숲, 군데군데 보이는 자연 식생, 그리고 인적이 드문 조용한 분위기까지. 섬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자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항아리 모양의 작은 섬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하게 된다.
[방문 정보]
- 위치: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길 44-69
- 이용시간: 09:00~18:00
- 유람선: 신진도 안흥유람선
※ 문의: 041-674-1603
※ 이용요금(옹도하선코스): 30,000원
[신진도안흥외항~가의도~옹도하선~독립문바위~사자바위~신진도안흥외항, 약 2시간 30분 소요]
- 휴일: 연중무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