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으로 다시 찾게 되는 산사, 단양 구인사]
구인사는 산과 산 사이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대규모 사찰이다. 소백산 국망봉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산세에 둘러싸인 이곳은 계절마다 다른 인상을 남기지만, 겨울이 되면 분위기가 한층 더 깊어진다. 눈이 내린 날에는 전각과 계단, 주변 숲까지 차분한 색으로 통일되며 산사 특유의 고요함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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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사 설경(항공 촬영)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정태섭 |
구인사는 1945년 상월원각 스님이 수행을 위해 칡덩굴을 엮어 지은 삼간초암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며 점차 규모를 키워 현재는 50여 동의 건물이 들어선 대가람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 사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식 콘크리트 공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축 방식은 다른 사찰과는 또 다른 인상을 준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구인사는 멀리서 바라보아도 위용이 느껴지는 공간이 된다.
겨울의 구인사는 특히 공간의 깊이가 다르게 다가온다. 눈이 쌓인 전각 지붕과 층층이 이어지는 계단, 그리고 그 위를 감싸는 산세가 어우러지며 정적인 풍경을 만든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소리는 줄어들고, 눈 위를 밟는 감촉과 바람 소리만이 주변을 채운다. 이 고요함은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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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사 설경 | 사진 = 단양군 공식 블로그 |
구인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찰 전체를 관통하는 넓은 동선이다. 경사가 있는 지형을 따라 건물들이 단계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위로 올라갈수록 시야가 점차 열리는 구조다. 겨울철에는 이 계단과 길 위에 눈이 내려앉아 풍경에 리듬감을 더한다.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게 되고, 주변 산세와 전각의 배치를 함께 바라보게 된다.
이곳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공간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법당, 설법보전이다. 약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전각은 구인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창건 초기 삼간초암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으며, 겨울철에는 웅장한 외관 위로 눈이 쌓여 더욱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내부에 들어서면 외부의 적막함과는 또 다른 차분함이 이어져,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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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사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설법보전 주변으로는 설선당, 삼보당, 총무원 등 주요 전각들이 이어진다. 각 건물은 규모와 역할이 다르지만, 겨울 풍경 속에서는 모두 같은 색감과 톤으로 어우러진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구조와 배치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위에 내려앉은 눈이 공간의 윤곽을 부드럽게 만든다. 이 구간을 천천히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운이 남는다.
구인사는 가을 단풍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눈이 내린 뒤의 풍경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단풍철의 화사함 대신, 겨울에는 절제된 색감과 적막함이 공간을 채운다. 이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겨울철 구인사는 명상이나 사색을 목적으로 찾는 이들에게 특히 잘 어울린다.
사찰이 자리한 골짜기 지형 역시 겨울 풍경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든다. 산과 산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한정적이지만, 그만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대비가 뚜렷하다. 눈 위로 드리워진 전각의 그림자와 산 능선의 선은 사진으로도 담기지만, 현장에서 마주했을 때의 공간감은 훨씬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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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사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심현우 |
구인사는 특정 종교를 떠나 누구나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장소다. 겨울철에는 방문객이 비교적 분산되어 있어, 넓은 경내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걷는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바라보다 보면, 사찰이 가진 규모보다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먼저 느껴진다.
사계절 내내 열려 있지만, 눈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다시 찾고 싶어지는 이유는 이곳의 겨울 풍경이 단순한 설경을 넘어 분위기 자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고요함과 웅장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구인사는 겨울 여행지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된다.
[방문 정보]
- 위치: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구인사길 73, 구인사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가능
※ 승용차 3,000원 / 경차 및 장애인 차량 1,500원
- 입장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