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화엄사]
지리산의 품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산을 배경 삼아 우뚝 선 목조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바로 천년의 시간을 지켜온 화엄사다. 사찰에 들어서면 오래된 나무와 건물이 한데 어우러져 고요한 산사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계절마다 색이 달라지는 주변 풍경이 시간을 잊게 만든다. 문과 기둥, 그리고 작은 단청 하나에도 세월이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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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국가유산청 |
화엄사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끄는 공간은 각황전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목조 건물로, 가까이 다가설수록 그 크기와 기운에 압도된다. 앞마당 한가운데 자리한 대형 석등은 높이가 상당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감상하게 만든다. 통일신라 불교 조각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이 석등은 햇빛을 받는 순간 돌의 결이 더욱 선명해지며 경내 풍경을 빛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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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국가유산청 |
각황전의 왼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국보인 네 마리 사자가 받치고 있는 삼층석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자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듯 표현되어 있어 오래도록 바라보게 되는 작품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연기조사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사연이 더해져, 탑을 둘러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경건한 마음이 든다. 석탑의 조형미와 건축미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화엄사의 역사와 함께 이곳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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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국가유산청 |
경내를 천천히 걸어보면 건물들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자연의 소리가 이어지고, 숲이 둘러싸고 있어 산 속에서 쉬어가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계절의 변화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찰이기에 어느 때 찾아도 새로운 풍경을 맞이할 수 있고, 방문객들은 그 변화의 흐름을 따라 사찰 전체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자연과 공간의 조화 덕분에 많은 이들이 “계절마다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는 장소가 되었다.
이 사찰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적인 언론에서도 그 매력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2020년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33곳’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가치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목조건물, 국보급 문화재, 그리고 사찰을 감싸는 지리산의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은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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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국가유산청 |
화엄사는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으며, 주차장은 사찰 입구에 마련되어 있어 접근 또한 편리하다. 다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방문객이 많아 혼잡할 수 있으니 여유 있게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오전 시간대는 비교적 조용하고,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천천히 느끼기에 좋은 시기다. 이용시간은 일몰 전까지이며 계절에 따라 출입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 참고하면 좋다.
지리산의 광활한 능선과 사찰이 이루는 조화, 그리고 국보급 유물이 자연스럽게 자리한 경내의 풍경은 오래 머무를수록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천년을 넘어 이어져 온 화엄사의 고요함 속에서 걷고 바라보는 시간은 일상의 소음을 잠시 잊게 해 주며, 다시 찾고 싶어지는 사찰 여행의 매력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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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