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산 영국사]
천태산 자락을 따라 오르다 보면 깊은 산속에 고요하게 자리한 영국사가 모습을 드러난다. 주변을 감싸는 숲은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며 사찰의 분위기를 더 평온하게 만들고, 특히 늦가을이 되면 노란빛으로 물든 풍경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자연스레 이끈다.
산 아래에서부터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에 실려 오는 숲 냄새가 먼저 맞이하고, 이어서 사찰의 지붕들이 하나둘 시야에 들어오며 깊은 산사에 들어섰다는 실감을 전하게 된다.
![]() |
| 사진 = 영동군 공식 블로그 |
천태산은 암릉과 숲이 어우러진 산세로 알려져 있으며,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넓게 탁 트인 분지가 펼쳐진다. 두 계곡이 이어지는 지점에서는 물소리가 산 전체를 울리고, 이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영국사로 닿는다.
이곳은 신라 시대에 창건된 오래된 사찰로 여러 왕조를 거치며 중창과 보수를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역사가 쌓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산의 품 안에 자리한 건물들 덕분에 오래전부터 인적이 드문 수행처로 여겨졌으며, 지금도 그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 |
| 사진 = 한국관광공사(여행노트 정기영) |
경내로 들어서면 대웅전을 중심으로 요사채와 산신각 등 여러 전각이 조화를 이루고, 천천히 걷다 보면 더 깊은 산중에 자리한 암자들까지 이어져 자연스럽게 사찰 전체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가 여럿 남아 있어 한 장소 안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원각국사비와 영국사승탑은 사찰의 긴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이며, 대웅전 앞 삼층석탑은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사찰의 상징적인 전경을 완성한다. 산 위쪽에 우뚝 선 망탑봉 삼층석탑 또한 영국사의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 |
| 사진 = 국가유산청 |
여러 볼거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대상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약 1,000년의 은행나무다. 높이 30m가 넘고 둘레 또한 압도적이라 가까이 서면 그 규모에 자연스레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지 중 하나는 땅에 닿아 다시 하나의 나무처럼 자라며 독특한 형태를 이루고 있어,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낸 생태적 특성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늦가을이면 노란 잎이 사찰 전체를 감싸 듯 펼쳐지며 절정을 이루고, 그 아래에 서기만 해도 계절의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 |
| 사진 = 영동군 공식 블로그 |
사찰 주변은 걷기 좋은 길이 많아 산행과 탐방을 함께 즐기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때 찾아도 자연이 그리는 다양한 표정을 만날 수 있으며, 특히 가을의 끝자락에는 황금빛이 사찰 전체를 감싸며 일 년 중 가장 빼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평온한 공기 속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일상의 번잡함이 차츰 잦아드는 느낌이 들고,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마음을 정리하며 사찰을 둘러보기 좋다.
![]() |
| 사진 = 한국관광공사(여행노트 정기영) |
영국사는 상시 개방되어 있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방문할 수 있으며, 입장료가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사찰 입구 주변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 또한 좋다. 천천히 경내를 걷고, 주변의 산세를 바라보고, 은행나무 아래에서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깊은 휴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천태산이 품은 고요함과 천년의 시간을 버텨온 은행나무의 존재가 영국사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