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은행나무가 만든 황금빛 풍경”... 늦가을 추천 나들이 명소

[임고서원 은행나무]

임고면의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 길 끝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임고서원은 가을이면 더욱 빛을 발한다. 고려 충신 포은 정몽주의 학문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서원은 1553년 창건된 이후 오랜 세월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하며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 

비록 임진왜란으로 한 차례 소실되었으나 17세기 초 다시 세워지고, 이후 사액서원으로 자리매김하며 영천의 정신적 기반이 되어 왔다. 지금의 모습은 1965년 복원된 것으로, 구서원과 신서원이 나란히 자리해 서원의 구조와 문화를 비교하며 감상하기에 좋다.

임고서원 은행나무
사진 = 영천시 공식 블로그(유정숙)


서원 앞에 우뚝 서 있는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는 이곳의 풍경을 완성하는 가장 강렬한 존재다. 굵직하게 뻗은 가지는 사방으로 펼쳐져 기와지붕을 감싸고, 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노란 잎은 늦가을의 서원 마당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햇살이 잎 사이로 스며드는 오전 시간대에는 양옆으로 늘어진 가지들이 자연스러운 아치형을 만들어 더욱 깊은 분위기를 선사하고, 오후에는 서원 뒤편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부드러운 빛이 낙엽에 반사돼 따뜻한 색감을 더한다.

임고서원
사진 = 영천시 공식 블로그(유정숙)


은행나무는 충절을 상징하는 노거수로 전해지며, 포은 정몽주의 삶과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 존재다. 나무 아래에는 그의 대표 시인 ‘단심가’와 ‘백로가’를 새긴 비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어 고즈넉한 서원 분위기 속에서 시 한 구절을 되새기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은행잎이 비처럼 흩날리는 순간, 비석과 고목이 하나의 장면처럼 어우러져 늦가을의 서정을 더한다.


임고서원의 풍경을 더욱 넓게 바라보고 싶다면 무괴정을 향해 걸어가 보기를 추천한다. 조옹대 둘레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구서원과 신서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지점이 나타난다. 이곳이 영천 9경 중 제2경으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이 시야에 있다. 서원의 단정한 기와선과 금빛 은행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가을 하늘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마치 오래된 수채화를 눈앞에서 감상하는 듯한 기분을 준다. 늦가을이면 전국 곳곳에서 사진가들이 찾는 명소가 되는 것도 이러한 풍경 덕분이다.

임고서원 무괴정
사진 = 영천시 공식 블로그(유정숙)


서원 마당에 서면 계절의 소리가 한층 가까이 들린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낙엽이 흐르는듯 떨어지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함께 평온한 분위기가 감돈다. 넓게 조성된 마당은 서원을 둘러보는 이들에게 천천히 걷고 머무를 여유를 허락하며,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걸어가면 기둥, 문살, 담장의 질감에서 긴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서원 안쪽의 작은 공터들은 잠시 앉아 쉬기에도 좋아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가을 산책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근처에 자리한 포은유물관 역시 임고서원을 방문할 때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공간이다. 정몽주의 삶과 학문, 그리고 당시의 시대상을 담아낸 전시가 마련되어 있어 서원에서 느낀 감동을 더욱 깊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유물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서원으로 들어오면, 바람에 흔들리는 은행잎과 고택의 조화가 이전보다 더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영천 임고서원
사진 = 영천시 공식 블로그(이정옥)


임고서원은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주차장이 넓어 단체 방문도 원활하며, 여행 동선이 간단해 가을철 당일치기 목적지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도 가을의 색이 가장 짙어지는 시기에는 은행나무가 전부를 물들이며 서원 전체가 황금빛 햇살 속에 잠기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단풍보다 은행잎의 화사함을 더 좋아한다면 지금이 바로 임고서원을 찾기 가장 좋은 때다.


늦가을의 따뜻한 빛과 500년 고목이 함께 만드는 풍경, 그리고 역사와 자연이 함께 담긴 공간. 임고서원은 복잡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 마음을 고요하게 정리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장소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여행지도 by 힐링휴게소]
– 2025.12.02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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