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섶다리마을]
평창강을 따라 이어진 마을 풍경 속에서 가을과 겨울 사이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독특한 다리가 있다. 이곳의 섶다리는 시멘트나 철골 없이 나무와 흙, 솔가지로만 만들어 전통 방식을 그대로 이어온 보기 드문 구조물이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돌아, 한 해 중 이 시기에만 걸어볼 수 있는 특별한 산책길을 찾는 여행객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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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섶다리가 자리한 판운리 일대는 강이 크게 굽어 흐르는 지형 덕분에 예부터 마을 간 왕래가 잦았고, 자연스럽게 나무와 흙을 활용한 다리가 만들어졌다. 현대적인 교량이 등장하면서 대부분 사라졌지만 이곳만큼은 전통 제작 방식을 고수하며 해마다 새로 다리를 놓는다. 마을 주민들은 추수가 끝나는 10월 말쯤 물푸레나무를 Y자형으로 박아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소나무와 참나무를 차곡차곡 얹어 골격을 만든다. 이후 솔가지를 덮고 흙을 고르게 다져 다리의 형태를 완성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 못이나 시멘트는 일절 사용되지 않는다.
제작 기간은 약 4~5일 정도이며, 오롯이 도끼와 끌만으로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숙련도가 필요하다. 완성된 섶다리는 장마 전까지 유지되다 비가 많아지는 초여름이면 자연스레 철거된다. 그렇기에 여행객이 이 다리를 걸을 수 있는 시기는 매우 제한적이며, 매년 가을과 겨울 사이가 가장 좋은 시기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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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홍정표 |
섶다리를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변 풍경이 주는 계절의 아름다움이다. 가을이 깊을수록 산자락의 단풍은 강물 위로 붉은빛과 노란빛을 비추며 색감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평창강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이고, 강가의 갈대와 억새는 바람이 스칠 때마다 부드럽게 일렁인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강물 소리가 잔잔히 이어지고, 주변이 고요해 여행자가 자연에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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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더 특별하다.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든 구조물이 강물과 어우러지면서 자연 속에 스며드는 듯한 분위기가 완성된다.
화려한 장식이나 인공적인 조명 없이도 풍경 자체가 사진을 찍기 좋은 장면을 만들어주며, 특히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빛이 강물에 내려앉아 더욱 온화한 분위기를 만든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 번 이상 다시 찾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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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
섶다리는 접근성도 좋다. 마을 입구에 마련된 무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어 차량 방문이 편리하다. 입장료는 별도로 없으며, 다리까지 이동하는 길 또한 부담 없는 거리라 가벼운 산책 코스로 즐기기 좋다. 주변 마을 풍경을 함께 둘러보면 영월 특유의 한적한 정취도 만날 수 있다.
내년 장마 전까지만 유지되는 만큼, 걸어보고 싶다면 지금이 가장 알맞은 시기다. 섶다리를 직접 건너며 전통 방식의 다리가 가진 소박한 멋과 강원 산촌의 계절풍경을 함께 느껴보면, 이곳이 왜 매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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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영월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