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노추산 모정탑길]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깊은 산속을 따라 이어진 노추산 자락에는 가을이 되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특별한 길이 있다. 바로 ‘노추산 모정탑길’이다. 이곳은 단풍과 돌탑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으로 매년 가을이면 가족, 연인, 여행객이 찾아와 고요한 산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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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이하 동일) |
모정탑길의 시작은 한 여성의 간절한 기도에서 비롯되었다. 차순옥 할머니는 평생 가족의 아픔을 겪으며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산을 찾았다. 어느 날 꿈속에서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이 평안해질 것이다”라는 산신령의 계시를 받았고, 1986년부터 생의 마지막 날까지 무려 26년 동안 노추산 계곡에 돌탑을 세웠다. 그렇게 한 사람의 사랑과 기도로 시작된 공간이 오늘날의 모정탑길이다.
지금의 계곡에는 크고 작은 돌탑 3,000여 개가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다. 돌 하나하나에는 누군가의 소망이 담겨 있고, 그 위로 붉고 노란 단풍잎이 내려앉으며 마치 기도문처럼 쌓인다. 가을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천천히 흩날리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마음속까지 고요해지는 시간으로 바뀐다. 돌탑 사이사이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소원 쪽지가 걸려 있으며, 그 글귀마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향한 진심이 묻어난다.
트레킹 코스는 약 1.2km로 천천히 걸어도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코스 중간중간에는 벤치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계곡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단풍잎이 만든 색의 파도 속에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길 중간에는 ‘소원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어 직접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할 수도 있다.
입구에는 오토캠핑장이 있어 당일치기 여행은 물론 1박 2일 일정으로 여유롭게 머물기에도 좋다. 캠핑장 맞은편으로는 ‘모정돌탑공원’이 이어지며,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장관이다. 수천 개의 돌탑이 산자락을 따라 줄지어 있고,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 사이 절정에 이르는 단풍이 돌탑 위를 덮으며 붉은 파도처럼 물결친다. 낮에는 햇살이 돌탑 사이로 스며들어 반짝이고, 해가 지면 고요한 산의 정적 속에 돌탑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노추산 모정탑길의 매력은 화려한 장식이 아닌 ‘진심’에 있다. 돌 하나, 잎 하나에도 누군가의 간절함이 담겨 있고, 그 풍경 속을 걷는 사람들 또한 저마다의 사연과 소망을 품는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들려오는 낙엽 밟는 소리와 맑은 물소리가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
이곳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지니지만, 가을에 찾으면 그 진가가 드러난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는 붉은 잎과 황금빛 낙엽이 어우러져 노추산의 골짜기를 물들인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돌탑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붉은 숲의 대비를 카메라에 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이 된다.
입장료와 주차 모두 무료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주차장은 왕산면 대기리 1674-5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소형차 약 100대를 수용할 수 있다.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한 어머니의 손끝에서 시작된 3,000개의 돌탑은 이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쌓인 길이 되었다. 노추산 모정탑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단풍잎이 흩날리는 길 위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위로를 만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