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 가장 평온한 여행길 ‘장성 백양사’]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에 자리한 백양사는 가을이면 전국의 단풍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명소다. 내장산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이 사찰은 632년에 창건된 천삼백 년 고찰로,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함께 숨 쉬어온 공간이다. 가을이 찾아오면 백암산 자락을 따라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이 절을 감싸며, 절정의 계절이 주는 평온함이 곳곳에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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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쌍계루 | 사진 = 한국관광공사(여행노트 심철) |
사찰로 향하는 길부터 이미 마음이 차분해진다. 양옆으로 길게 뻗은 비자나무와 갈참나무 숲길은 깊은 산속의 향기를 머금은 듯 고요하다. 약 8,000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터널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면, 붉은빛과 금빛이 교차하며 마치 빛의 물결처럼 일렁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단풍잎이 천천히 떨어지고, 발끝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마음속의 소음을 지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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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송재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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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두드림 |
백양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연못 위에 자리한 쌍계루다. 고요한 수면 위로 누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그 뒤로 백암산의 단풍이 물결치듯 번진다. 연못에 비친 붉은 단풍과 쌍계루의 조화는 그야말로 한 폭의 산수화를 닮았다. 가을 절정기에는 이 장면을 담으려는 사진가들의 삼각대가 줄지어 늘어서며, ‘한국의 대표 단풍 사진 명소’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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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쌍계루 | 사진 = 국가유산청(문화재청) |
쌍계루를 지나 사찰 경내로 들어서면 풍경은 더욱 고요해진다. 전각마다 걸린 풍경이 바람에 살짝 울리고, 오래된 돌계단 사이로 단풍잎이 소복히 쌓인다. 절 마당을 천천히 걷다 보면 단풍빛이 불상과 대웅전을 감싸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리조차 차분해지는 공간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면, 자연이 전해주는 위로가 마음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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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두드림 |
가을의 백양사는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풍경이 달라지고, 연못과 숲, 산사와 단풍이 이어지는 장면들은 계절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따스한 햇살이 머물고, 바람이 부드럽게 스치는 이곳에서의 산책은 그 어떤 명상보다 깊은 평온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