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물결과 단풍이 어우러진 길, 횡성호수길 5구간(가족길)]
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 갑천면, 깊어가는 가을이면 이곳은 색으로 물든다. 횡성호수길은 횡성댐이 완공되며 생겨난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조성된 총 31.5km의 순환길이다. 여섯 구간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은 발길이 닿는 곳이 바로 5구간 ‘가족길’이다. 총길이 9km의 회귀 코스로 설계되어, 출발한 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구조 덕분에 부담 없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걷기의 시작은 망향의동산에서부터다.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은 완만하게 이어지며, 곳곳에 조성된 전망대와 쉼터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A코스(9km)는 세 곳의 전망대를 거치며 물빛과 산빛이 겹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람이 잔잔한 날이면 호수에 하늘이 그대로 비쳐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면이 펼쳐지고, 길가의 조형물들은 여행 사진의 배경이 되어준다.
B코스(4.5km)는 좀 더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원시림에 가까운 숲길을 따라가면 은사시나무 군락이 나타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잎이 호수의 잔물결과 함께 속삭이는 듯하다. 횡성호 쉼터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며, 그 위로 붉고 노란 단풍이 잔잔히 비친다.
![]() |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횡성호수길 5구간은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무장애 길이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열린관광지’로 선정되면서 주차장에서 가족쉼터까지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진다.
덕분에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불편 없이 걷기 좋고, 부모님과 함께하는 세대별 여행이나 아이들과의 나들이 코스로도 인기다.
![]() |
사진 = 한국관광공사(횡성군청 문화관광과 남경식님) |
이 길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시기는 가을이다. 10월 중순이면 주변 산세가 물들기 시작하고, 호수 위로 단풍이 비치며 황금빛 물결을 만든다.
나무 그늘 아래서 바라보는 물빛은 계절의 온도를 그대로 품고 있고, 걷는 발걸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정취를 더한다. 호수를 따라 이어진 산책길은 평탄하면서도 풍경이 계속 변해 지루할 틈이 없다.
![]()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가을 햇살이 비추는 오후 시간대에는 특히 아름답다. 햇빛이 호수 표면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바람이 불면 얕은 물결이 일렁이며 산과 하늘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 순간 길을 걷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자연과 대화를 나누듯 호흡을 맞춘다. 멈춰서서 바라보면 호수의 고요함이 마음속까지 스며드는 듯하다.
횡성호수길 5구간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하지만, 가을만큼 찬란한 시기는 없다. 붉은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 그리고 잔잔한 호수의 푸른빛이 어우러져 완벽한 색의 조화를 만든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도시의 소음은 잊히고, 마음 한켠에 평화가 스며든다.
![]() |
사진 = 한국관광공사(횡성군청 문화관광과 남경식님) |
입장료는 일반 2,000원이며, 횡성군민·장애인·국가유공자·경로우대자는 1,000원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주차장은 망향의동산 입구에 마련되어 있으며, 표지판이 잘 정비되어 있어 초행길이라도 어렵지 않다.
걷는 이의 속도에 따라 풍경은 달라진다. 천천히 걸으면 바람의 냄새가 느껴지고, 조금 멈춰서면 호수의 물결이 말을 건다. 횡성호수길 5구간은 그 어떤 화려한 장식 없이 자연 그대로의 빛으로 사람을 위로하는 길이다. 가을의 깊은 정취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이 길 위에서 하루를 보내보길 추천한다.
![]()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