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마을의 기억을 품은 호수길, 선성수상길]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예끼마을 앞 호수 위로 특별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선성수상길’이라는 이름처럼, 이 길은 발아래 물결이 찰랑이는 안동호 위에 설치되어 있다. 길이는 약 1km 남짓, 폭은 2.75m로 데크가 놓여 있어 걷는 동안 호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다른 산책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부교 형식이라, 발을 옮길 때마다 물 위를 걷는 듯한 독특한 체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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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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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
이곳을 걸으면 호수와 길이 함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순간을 맞이한다. 바람이 불어 물결이 일면 길 역시 부드럽게 흔들려 몸으로 호수를 체감할 수 있다.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호수의 수위가 달라지면 길의 높낮이도 변화해, 방문할 때마다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그래서 같은 길을 걸어도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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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수상길 한가운데에는 특별한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1974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예안국민학교의 기억을 되새기는 공간이다. 교실 책걸상과 풍금, 흑백사진들이 놓여 있어 사라진 학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호수 아래로 사라진 마을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 전시는 산책을 즐기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며, 안동호가 품은 시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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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입구에 닿아 있는 예끼마을은 산책길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예술과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처럼, 마을 곳곳에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선성현 문화단지와 안동호반자연휴양림까지 이어져 있어, 하루 일정으로 코스를 계획하면 자연과 문화,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선성수상길은 운영 시간이 일출부터 일몰까지로, 하루의 빛과 시간에 따라 풍경이 다채롭게 변한다. 이른 아침에는 물안개가 호수를 감싸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고, 한낮에는 햇빛이 호수 위에서 반짝이며 길 전체를 빛으로 물들인다. 저녁 무렵에는 붉게 타는 노을이 호수에 비쳐 가장 낭만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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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앙지뉴 필름 |
무엇보다 이곳의 큰 장점은 부담 없는 나들이라는 점이다. 입장료가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걸을 수 있고,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덕분에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찾기에도 좋고, 혼자 여유를 즐기기에도 알맞다. 길 위에 서면 발아래로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와 멀리 보이는 산세가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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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앙지뉴 필름 |
호수 위에 길이 놓였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하지만, 그 안에는 시간의 기억과 문화가 함께 담겨 있다. 선성수상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무거움은 가볍게 사라지고, 자연이 전하는 위로가 마음을 채운다. 안동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들러야 할 힐링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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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