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신흥사]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설악산 초입에 자리한 신흥사는 설악산을 찾는 많은 이들이 반드시 들르는 사찰이다. 산을 오르기 전이나 하산 후에 잠시 머물며 고요한 산사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온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
![]()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이하 동일) |
신흥사의 기원은 신라 진덕여왕 시대로 전해진다. 자장율사가 창건하면서 시작된 절은 처음에 ‘향성사’라 불렸으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여러 차례 화재를 겪었다. 조선 인조 때에는 세 명의 스님이 같은 꿈을 꾸었다는 전설이 있다.
꿈속에서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새로운 절터를 알려주었고, 그곳에 절을 세우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초기에는 ‘신(神)흥사’라는 한자를 사용했으나, 1995년에는 영동 지역 불교의 새로운 도약을 염원하며 ‘새 신(新)’ 자로 바꿔 쓰기 시작했다.
경내에는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전각과 유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극락보전, 보제루, 선제루, 명부전, 칠성각 같은 전각이 대표적이며, 청동시루와 삼층석탑, 삼불상, 향성사지 등도 함께 보존돼 있다.
이들 건축물과 유물은 1984년에 강원문화재자료 제7호로 지정되어 그 가치가 공인되었다. 사찰을 걷다 보면 시대를 거쳐 이어져 온 전통과 불심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흥사의 상징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통일대불’이다. 높이 14.6m로 조성된 통일대불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바라는 시대적 염원을 담아 완성된 작품이다. 입구에서 조금만 오르면 만나게 되는 이 불상 앞에 서면, 압도적인 크기와 장엄한 분위기에 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숲과 하늘, 그리고 웅장한 불상이 어우러진 장면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신흥사에서는 템플스테이도 운영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전통 불교 의식에 직접 참여하거나, 차담과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도심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깊은 고요와 휴식을 찾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힐링의 공간으로 이곳을 찾는다.
교통 접근성도 편리하다. 차량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따로 없다. 다만 사찰이 국립공원 내부에 있어 주차 시 1일 기준 6,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주차 후 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설악산 계곡과 함께 펼쳐지는 사찰 풍경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계절 모두 색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봄에는 연둣빛 신록이,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눈 덮인 설경이 어우러져 사찰과 자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속초 신흥사는 오래된 사찰이 아니라, 전설과 문화, 자연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천 년의 시간을 이어온 신앙의 터전에서 잠시 머문다면, 누구든지 깊은 평화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