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해미읍성]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해미읍성은 조선 성종 22년(1491년)에 완공된 평지형 석성으로, 조선 시대 성곽 건축을 대표하는 유적이다. 둘레는 약 1.8km, 높이는 5m에 이르며, 동·남·서 세 곳의 성문과 성벽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현재는 복원과 정비 과정을 거쳐 사적공원으로 개방되어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열린 쉼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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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
이곳은 역사적 아픔을 품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당시 충청도 일대에서 잡혀온 수많은 신자들이 해미읍성 안에 갇혀 고문을 당했고, 일부는 처형에 이르렀다. 특히 1866년 병인박해 시기에는 약 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성 내부 광장에는 당시 신자들을 구금하던 감옥터가 남아 있으며, 그 옆에는 300년 이상 자리를 지킨 고목이 서 있다. 이 나무에는 지금도 철사줄 자국이 남아 있어 당시의 참혹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전한다. 성 밖 도로변에 놓인 바위 ‘자리개돌’ 역시 순교자들의 마지막 흔적이 남은 장소로, 현재는 순례길의 일부로 기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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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무 | 사진 = 한국관광공사 |
성벽 위를 걸으면 돌담 너머로 탁 트인 시골 풍경이 이어지고, 고즈넉한 정취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느낌을 준다. 성곽 주변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심어 두었던 탱자나무 흔적이 남아 있어 당시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길이는 길지 않지만 걷는 내내 자연과 역사 이야기가 어우러져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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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특히 가을철 열리는 ‘해미읍성 역사체험축제’는 큰 볼거리다. 전통 공연과 무예 시연, 옛 의상 체험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어울릴 수 있다. 이 축제는 해미읍성을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대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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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 축제 | 사진 = 한국관광공사(서산문화재단 오세규) |
방문객을 위한 배려도 잘 갖추어져 있다. 출입구에는 완만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고,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과 화장실, 유아 보호의자, 기저귀 교환대까지 구비되어 있다. 현장에서는 휠체어나 유모차를 대여할 수도 있어 이동이 불편한 이들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다.
해미읍성은 무료로 개방되며, 주차 시설도 넉넉하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에는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동절기에는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로, 이른 아침 산책이나 저녁 산책 모두 가능하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 번 찾아도 매번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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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범수 |
오늘날 해미읍성은 단순한 성곽 유적을 넘어 역사 교육과 문화 체험, 가족 나들이까지 아우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백 년 세월을 지켜온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의 무거운 이야기도 함께 떠올라, 현재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해미읍성은 충남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