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꽃이 물든 천년 사찰, 화순 만연사]
전라남도 화순군, 만연산 자락 깊숙한 숲속. 오랜 세월을 품은 고찰 하나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로 1208년에 창건된 만연사로, 보물 제1345호 괘불을 소장하고 있는 역사 깊은 사찰이다. 하지만 이곳이 여름에 더욱 빛나는 이유는, 대웅전 앞을 수놓는 배롱나무와 담장을 따라 피어나는 능소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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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화순여행 공식 블로그 |
7월과 8월 사이, 대웅전 앞마당의 배롱나무는 붉은 꽃을 가득 품는다. 가지마다 풍성하게 피어난 꽃송이는 연등처럼 둥글고 또렷하게 달려 있어, 마치 하늘 위로 붉은 연꽃이 핀 듯한 인상을 준다. 꽃이 가득 피는 시기에 방문하면 연등 장식과 배롱나무꽃이 겹쳐지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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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화순여행 공식 블로그 |
사찰이지만 단정함보다 부드러운 색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배롱나무가 있는 앞마당을 지나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주황빛 능소화가 한 줄기씩 담장을 타고 내려와 경내를 장식한다. 이국적인 느낌마저 드는 이 조화는 여름 산사를 찾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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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화순여행 공식 블로그 |
경내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와 단아한 마루가 이어져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따로 입장료나 주차비가 없어 가볍게 들르기에도 부담이 없고,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방문하면 더욱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꽃과 사찰의 조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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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화순여행 공식 블로그 |
사진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만연사는 인상적인 피사체가 된다. 연등과 꽃, 목조건축이 어우러진 조용한 사찰은 계절을 온전히 담아낸 장면을 연출해준다. 햇살 좋은 날,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앉아 있으면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한동안 마음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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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 | 사진 = 한국관광공사(유니에스아이엔씨) |
여름 사찰이 주는 아름다움은 화려함보다 차분함에 있다. 만연사는 배롱나무와 능소화를 통해 이 계절의 고요함을 꽃으로 풀어낸다. 굳이 불심이 없더라도, 붉은빛이 드리워진 마당을 걸으며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기에 충분한 곳이다.
꽃이 절정인 시기, 그리고 그보다 한발 앞선 계절의 예고 속에, 만연사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여름날의 산사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곳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