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 곰배령]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 깊은 산자락, 해발 1,100m 고지에 이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점봉산 남동쪽에 자리한 곰배령은 고산 평원과 다양한 야생화가 어우러진 생태 탐방지로, ‘천상의 화원’이라는 별칭을 얻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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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인제군청) |
곰배령의 이름은 곰이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름처럼 너른 평원이 펼쳐지고, 그 위에는 계절마다 바뀌는 야생화가 조용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5만 평 규모의 이 구역은 봄이면 얼러리꽃과 복수초가 피어나고, 여름에는 동자꽃, 참나리, 노루오줌 같은 고산 야생화가 장관을 이룬다. 가을이 오면 단풍과 함께 투구꽃이 절정을 장식하며, 곳곳에서는 멸종위기종이나 특산식물인 한계령풀, 모데미풀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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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곰배령은 무분별한 출입을 막기 위해 1987년부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숲나들e’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사전 예약 후 입산이 가능하다. 입산은 하절기(4월 21일~10월 31일)에는 오전 9시, 10시, 11시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동절기에는 오전 10시와 11시 두 차례로 줄어든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생태 휴식일로 지정되어 일반인의 입산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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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인제군청) |
탐방로는 기린면에서 출발하며, 주차장에서부터 숲길이 시작된다. 걷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자나 가족 단위의 탐방객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이 길은 과거에는 인근 주민들이 짐을 이고 넘나들던 생활로였기에, 자연과 사람의 흔적이 겹겹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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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인제군청) |
길을 따라가면 이내 수령 깊은 낙엽활엽수림과 원시림이 나타나고, 그 끝에서 곰배령의 고산 평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수풀 사이로 흘러나오는 바람과 들꽃 향기, 그리고 사방을 둘러싼 점봉산의 능선은 도심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고요한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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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관광공사(인제군청) |
곰배령은 야생화를 단순히 관찰하는 것을 넘어, 자연이 주는 고요함과 질서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별칭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를 마주하며 걷는 이 길 위에서, 자연과의 거리감은 어느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