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산행 없이 즐기는 한라산의 겨울, 1100고지 고원습지]
제주에서 겨울 풍경을 가장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을 꼽자면 단연 1100고지가 빠지지 않는다. 제주시와 중문을 잇는 1100도로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한 이곳은, 별도의 등산 장비 없이도 해발 1,100m 고지의 설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드문 장소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펼쳐지는 새하얀 풍경은 “여기가 정말 제주가 맞나” 싶을 만큼 인상이 강렬하다.
![]() |
| 사진 = 제주관광공사 (이하 동일) |
1100고지는 휴게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이지만, 단순한 쉼터를 넘어 겨울 제주를 대표하는 드라이브 명소로 자리 잡았다. 눈이 내린 날이나 그 다음날이면 도로 양옆의 나무들이 눈꽃으로 뒤덮이고, 고원 지대 특유의 완만한 능선이 순백의 색감으로 드러난다. 등산을 하지 않아도 한라산 고지대의 겨울 분위기를 바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이유다.
이 일대에는 ‘1100고지 습지’라 불리는 독특한 자연환경이 펼쳐져 있다. 한라산 고원지대에 불연속적으로 분포한 16곳 이상의 산지습지가 모여 형성된 곳으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러한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같은 해 람사르 습지로도 등록되었다. 겨울이 되면 습지 주변이 눈으로 덮이며 물과 땅의 경계가 부드럽게 흐려져, 다른 계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습지 주변에는 나무 데크로 조성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경사가 거의 없고 길이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눈이 쌓인 날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 짧은 산책만으로도 설국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탐방로 곳곳에는 동물과 식생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걷는 동안 자연 해설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1100고지의 또 다른 매력은 날씨에 따라 풍경이 극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같은 겨울이라도 눈이 소복이 쌓인 날, 안개가 낮게 깔린 날, 햇빛이 강하게 비치는 날의 인상이 모두 다르다. 특히 안개와 눈이 동시에 어우러질 때는 고원 습지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며 사진 명소로서의 진가를 발휘한다. 이 때문에 겨울 제주 여행 일정에 1100고지를 꼭 넣는 이들이 많다.
드라이브 코스로서의 만족도도 높다. 1100도로 자체가 한라산 중턱을 가로지르며 이어지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에도 풍경이 계속 바뀐다.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설경과 숲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 된다. 다만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고 도로 결빙 가능성이 있어, 방문 전 기상 상황과 도로 통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차 공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나 주말에는 도로 양쪽으로 차량이 늘어서는 모습도 흔하다. 비교적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오전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사람의 발길이 적은 시간대에는 고원지대 특유의 고요함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1100고지는 힘든 등산 없이도 겨울 한라산의 핵심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짧은 산책, 드라이브, 설경 감상까지 한 번에 가능해 겨울 제주 여행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은 코스로 꼽힌다. 눈 내린 다음날, 이곳을 찾는 이들이 유독 많은 이유를 직접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방문 정보]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1100로 1555(1100고지 휴게소)
- 이용시간: 상시 개방
- 휴일: 연중무휴
- 주차: 가능(무료, 성수기 혼잡)
- 입장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