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시, 명재고택]
노성면의 조용한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가을빛이 완연하게 물든 풍경 속에 자리한 명재고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 후기의 대학자 윤증 선생이 살았던 고택으로, 약 300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이 집은 단정한 한옥의 선과 주변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깊은 고즈넉함을 전달한다. 마을을 향해 열린 구조 덕분에 초입부터 고택이 품은 따스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 |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재순 |
고택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면 가을의 색이 공간 전체를 감싼다. 항아리가 줄지어 놓인 마당 위로 붉은 단풍잎이 떨어지고, 기와지붕 아래에서 노란빛과 주황빛이 번갈아 섞이면서 한옥 특유의 깊은 정취를 완성한다.
사랑채 앞에 서면 담장 너머로 단풍나무들이 자연스럽게 배경을 이루며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한옥의 짙은 목재색과 가을빛이 대비되면서 더 풍부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 |
| 명재고택 사랑채 | 사진 = 국가유산청 |
![]() |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신면호 |
고택 뒤편 작은 언덕에는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보호수가 우뚝 서 있다. 30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는 가을이면 잎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고택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 준다. 가까이 다가가면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하늘을 가리고, 나무 아래에 드리운 그림자가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고택의 역사와 계절의 깊이를 함께 보여준다.
사당 앞에 자리한 은행나무 또한 이곳의 풍경을 대표하는 존재다. 가을이면 잎이 무성하게 퍼져 아래로 축 늘어진 가지들이 금빛 장막처럼 고택을 감싼다. 바람이 스치는 순간 잎이 파도처럼 흔들리고, 떨어지는 잎이 마당 위에 쌓여 한층 깊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11월 중순이면 단풍이 절정을 맞아 노성면 일대가 전체적으로 밝아 보일 만큼 강렬한 색감을 띠며 많은 사진가들이 찾는 시기가 된다.
![]() |
| 사진 = 논산시 공식 블로그 |
고택 곳곳을 둘러보면 선비의 삶과 전통 가옥의 생활상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작은 길목마다 흙담과 기와담이 이어져 있고, 담장 아래에는 구절초가 소박하게 피어 가을의 정취를 완성한다. 곳곳에 자리한 국화꽃은 고택의 차분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향기로운 산책길을 만들어준다. 오래된 돌계단, 대문 옆에 놓인 절구통, 장독대의 질감 하나까지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명재고택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작은 공간 속에 가을의 요소가 촘촘하게 담겨 있어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계절의 느낌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천천히 둘러보면 3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포토 포인트가 많아 사진 촬영을 즐기는 이들은 한 시간 이상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은근한 인기를 끌 정도로 가을철 방문객이 꾸준하며, 특히 단풍이 절정을 이룰 때에는 브라인드 촬영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찾는 사람들도 많다.
![]() |
|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수오 |
고택 주변의 조용한 분위기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상업시설이 거의 없어 소음이 적고, 고택과 자연이 이루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농촌의 소박한 환경음이 어우러져 자연 속 힐링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무료로 개방되는 곳이라 접근 부담도 없어 가벼운 외출, 가족 나들이, 사진 촬영 등 다양한 목적의 방문이 모두 만족스러운 장소다.
가을이 짙어질수록 한옥의 선명한 구조와 단풍의 색감이 더욱 조화롭게 어우러져 명재고택의 분위기는 절정을 맞는다. 전통 건축과 자연이 만드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늦가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충남 논산을 여행할 때 반드시 들러볼 만한 명소다.




